[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獨 복지의 힘은 비영리 ‘교회 재단’

입력 2013-03-31 18:11 수정 2013-03-31 22:48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해 무상보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한 이후 국내 유치원비와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등 부모들의 추가 비용은 크게 늘었다. 지난달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민간 노인요양시설들이 투자금 손실을 이유로 집단행동을 벌였다. 국내 복지시설 다수는 미용실, 학원 같은 자영업. ‘수익’이 목적인 영리기관이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이 새는 ‘복지누수’가 곳곳에서 발생한다. 복지는 확대되는데 국민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독일 복지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비결은 ‘공공재원-비영리시설’이라는 관민 협업의 방식에 있다. ‘정부 지원-민간 운영’은 한국과 독일이 비슷해 보인다. 양국이 갈라지는 지점은 민간의 성격이다. 독일에서 의료·요양·보육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비영리기관, 일종의 사회적 기업들이다. 특히 기독교와 가톨릭 양대 복지재단은 중추 역할을 해낸다.

기독교봉사회(디아코니)와 가톨릭 계열의 독일카리타스연합회(카리타스)는 병원, 요양원, 유치원, 장애인시설 등 전국적으로 5만3000여개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2월 초 방문한 독일 하겐시와 이절론시의 유치원과 장애인 작업장 등은 디아코니 소속 복지시설들이었다. 한국처럼 비용과 수익을 따지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디아코니의 서비스 혜택을 받는 독일인은 100만명, 카리타스는 120만명이다. 두 재단 소속 직원만도 95만7000명이다. 디아코니와 카리타스가 매년 복지에 쓰는 돈은 무려 8억9000만 유로(약 1조2700억원, 2011년 기준)나 된다. 이건 두 재단이 스스로 마련한 돈만 따진 것으로 정부 보조금까지 합치면 수십억 유로 규모다.

종교재단들의 주 재원은 교회세다. 등록 신자들은 소득세의 8~9%를 교회세로 납부한다. 이렇게 모인 교회세 중 주 정부 관리비(2.0~4.5%)를 제외한 나머지는 교회 수입이 된다. 2011년 개신교회가 받은 교회세액은 모두 42억5600만 유로(약 6조원). 그 가운데 10%인 약 4억 유로가 대인 사회복지서비스 비용으로 쓰였다. 가톨릭 교회는 교회세로 49억4200만 유로(약 7조원)를 받아 역시 10%인 4억9000만 유로를 복지에 썼다. 이 외에도 노동자복지회, 독일복지단체연합회, 독일적십자사, 유대인중앙복지회 등 6대 비영리 복지재단들은 독일 복지를 움직이는 안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과 요양의 질 하락 등은 복지시설이 돈을 목적으로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비영리 기관이 운영되는 독일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겐·이절론(독일)=글·사진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