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여의도는 지금 ‘독일 열공’… 국가 업그레이드 비결을 배우자

입력 2013-03-31 17:40


정치권에 ‘독일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로 떠오른 독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새누리당 의원 40여명은 오는 4일부터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연구 모임’(가칭)을 시작하고,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은 독일에 머무르며 연구에 몰입해 있다.

새누리당 내 독일 열풍의 진원지는 ‘사회적 시장경제 연구모임’이다. 5선의 남경필 의원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독일의 경험에서 한국형 자본주의의 발전 모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1차 목표는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배우는 것이지만 궁극적인 지향은 위기 때마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낸 독일의 선진 정치를 공부하는 데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연구모임은 독일 모형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하고, 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 참여 의원들의 공동발의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임에는 정몽준 전 대표와 이병석 국회부의장, 이인제 이주영 나성린 김세연 김희정 홍일표 김광림 안종범 이종훈 의원 등 45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당내 혁신그룹으로 자리 잡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회원보다 많은 숫자다. 매주 목요일 조찬을 겸해 열리는 연구모임은 1부에서 독일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시장경제, 정치제도와 사회지배구조를 다룬다. 2부에서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세분화해 노동시장과 고용정책, 재정 및 세제개혁, 통화금융제도 및 정책 등을 살펴본다. 이어 사회복지 제도와 관련해 연금, 건강, 고용보험제도 개혁을 평가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유지 비결을 연구할 예정이다.

야당은 대선 후보급 인사들이 독일 배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1월 독일로 유학을 떠나 사회민주당(SPD)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후원으로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일의 정당 및 선거제도와 복지, 노동, 교육, 환경, 통일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지난달 독일 유학길에 올라 손 고문과 같은 대학에 머물고 있다.

김황식 전 총리와 안철수 전 대선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도 독일로 건너가 연구에 몰두해 있다.

여야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독일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현재의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데 독일이 좋은 ‘롤 모델(Role Model)’이 된다고 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정치인들이 국가 도약을 위한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독일에 대한 연구는 차기 대선을 향한 플랜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남 의원은 연구모임을 새누리당의 2017년 집권 플랜을 만드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독일 유학 역시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독일 연구를 통해 제시할 국가발전 비전과 청사진이 주목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