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어린이집 부족 땐 市가 부모에 배상”

입력 2013-03-31 17:40 수정 2013-03-31 22:52


게르트 슈터이버 하겐市 청소년사회국장

독일에서는 올해부터 ‘만 1∼2세’의 보육시설 이용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그동안은 ‘만 3세 이상’이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영아를 집에서 키우도록 장려하던 독일 보육정책은 시설양육 쪽으로 큰 폭의 변화를 겪게 된다. 추가 보육 수요는 약 78만명. 당장 독일 지방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보육시설을 확충할 의무는 지방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독일도 지난해 ‘0∼2세 무상보육’ 시행을 전후로 한국이 겪은 보육대란을 겪고 있을까.

한국과 독일의 차이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있었다. 시설을 짓고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120억 유로를 누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독일 정치권과 연방, 지방정부는 이미 2007년 8월 합의에 도달했다. 당시 시행일로 잡은 게 2013년 8월. 무려 6년의 준비기간을 설정한 것이다.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 분주한 게르트 슈터이버(사진) 하겐시 청소년사회국장과 페어슈텍-슐테 보육담당자를 지난 2월 초 하겐시청에서 만났다.

-어린이집 증설 준비는 원활한가.

“하겐시에는 만 1∼2세가 4200명쯤 있다. 그 가운데 1500명을 위한 자리를 계획해 왔다. 목표 보육률(보육시설 이용 비율)은 대략 30%였는데 최근 설문조사해본 결과 38%까지 보육시설을 이용하겠다고 하더라. 내년까지 4∼5개 어린이집을 추가로 확보하려 한다. 다만 이건 예측일 뿐이고 실제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만약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은데 자리가 없을 경우 시가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보육의 재정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인구가 18만명인 하겐시의 한 해 보육 예산은 2200만 유로(약 314억원)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큰 부분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다. 하겐시의 경우 신생아 50%는 부모 중 한 명이 독일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민자들이다. 이런 아이가 독일 사회에 적응하려면 어릴 때 어린이집에 다니는 게 좋다. 사회 통합 측면에서도 보육은 중요하다.”

-복지비용을 전가하는 중앙정부에 불만은 없나.

“만 3세 미만 아동에게 어린이집 자리를 보장해주는 법은 연방의회가 만들었다. 하지만 이행은 주정부 몫이다. 법을 만든 사람들(연방의회 의원)이 돈을 내는 게 아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갈등은 늘 있어 왔다. 다행히 이번에는 연방정부가 재정비용을 상당 부분 떠안는 방식으로 결정이 내려졌다(연방정부는 초기 투자비용 40억 유로와 연간 7억7000만 유로의 운영경비를 지원한다). 지자체의 몫은 잘 실행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복지 부담이 과중한가.

“하겐시는 누적 적자가 12억 유로(약 1조7100억원)에 달해 다른 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독일에서는 ‘균형재정’ 정책에 따라 흑자 시(市)의 남는 예산이 적자 시로 이전된다). ‘재정위험 시’로 분류돼 2016년까지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깎는 자구계획을 주정부(노르트베스트팔렌주)에 제출해야 한다. 그렇다고 보육 같은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다. 대신 다른 분야 지원을 깎을 계획이다. 삭감 대상은 박물관이 될 수 있고, 시립수영장이나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

하겐(독일)=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