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런닝맨’, 할리우드 첫 투자… “서울 도심 누비며 달린다”

입력 2013-03-31 17:08


4일 개봉하는 영화 ‘런닝맨’(감독 조동오)은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폭스에서 총제작비 60억원의 대부분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할리우드 유력 영화사가 한국영화에 메인 투자자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런닝맨’은 한국적 정서와 할리우드식 볼거리가 잘 어우러진 코믹 액션의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의 시작은 단순하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 시민 차종우가 누명을 쓰고 쫓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토리는 복잡해진다. 평소 대화도 없이 소원한 관계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눈물겨운 가족애가 보태지고, 사건 배후에 국가정보원이 있는 등 예민한 부분까지 건드리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때 ‘도망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이제 낮에는 카센터 직원, 밤에는 콜 전문기사로 활동 중인 차종우(신하균). 어린 나이에 사고를 쳐 얻은 열여덟 살 나이차 나는 아들 기혁(이민호)과 단둘이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꿈이다. 어느 날 거액을 주겠다는 손님이 차 안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자 본능적으로 도망을 친 차종우는 하루아침에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서울 도심 곳곳의 지형을 이용한 리얼하고 숨 가쁜 도주 액션이 압권이다. 종로에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좁은 뒷골목 안 건물을 오가며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동작대교에서는 차가 달리는 가운데 가드레일을 타고 넘어가는 아찔한 액션을 보여준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탁 트인 광장은 물론이고 곳곳에 위치한 좁은 경사로까지 액션 무대로 활용됐다.

신하균은 맨몸 액션을 직접 소화해냈다. 촬영 전 강도 높은 체력훈련까지 받은 그는 촬영 도중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투혼을 잃지 않았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었음에도 스태프들이 신경 쓸까 걱정해 이 사실을 촬영 막바지까지 숨겼다고.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리얼한 연기는 대역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 배우 청룽(성룡)을 방불케 한다.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신하균은 첫 액션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말 위험한 장면을 빼고는 거의 다 내가 직접 했어요. 커피숍 옥상에서 와이어를 타고 고공 낙하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무섭고 아찔했습니다. 촬영 끝나고 뒤도 안돌아 봤어요. 다시는 이런 액션연기를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며 곧장 집으로 갔지요.”

조연들의 연기도 감칠맛이다. 사사건건 반항하면서도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되고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아들 기혁 역의 이민호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보여준 상큼한 이미지를 자랑한다. 사건현장에서 무서워 총구도 제대로 겨누지 못하는 강력반장 역의 김상호, 사건 배후를 쫓는 기자 역의 조은지 등이 팽팽한 긴장감에 웃음을 불어넣는다.

2006년 ‘중천’으로 데뷔한 조동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조 감독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추격 장면을 찍기 위해 정말 열심히 달렸다”며 “아버지와 아들의 애틋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시원한 액션을 버무린 영화”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자동차 충돌 장면과 컨테이너를 이용한 액션 등은 할리우드 액션 대작에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지난해 한국 감독 및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로 국내 영화계는 글로벌 시장 확대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딩’, 배두나 주역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상황에서 할리우드 자본으로 한국 감독과 배우가 한국에서 찍은 ‘런닝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다. 15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