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합소득에 건보료 물리는 방안 서둘러야
입력 2013-03-31 18:29
정부가 연 4000만원 이상 공적연금을 받는 고액 연금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물리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엊그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차일피일 미뤄오던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이 이달 공포되면 5월부터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자 중 2만2000명이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들이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고 피부양자를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을 벌여 왔다. 이미 사업·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 이상인 이들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했고, 임대·이자·배당 등으로 연 7200만원 이상 고소득을 올리는 직장가입자에게 월급 외 소득에도 건보료를 물렸다.
하지만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자의 경우 연금을 많이 받아도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건보료를 내지 않아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들보다 공적연금을 적게 받는 수령자인데도 자녀가 없으면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건보료를 냈던 것이다. 불공평하게 건보료를 낸 이들이 지난해 말 현재 78만명을 넘어섰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관련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고위 공직자, 장성, 교수 출신들이 관련 부처와 공동전선을 펴면서 집단 반발하는 바람에 시행하지 못했다. 규개위도 부처 협의가 미진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개정안 처리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를 내건 박근혜 정부가 초기부터 준조세 성격의 건보료 공평 부과 방안을 관철시킨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고령화에 따라 보험급여 수급자는 늘고 보험료 납부자는 줄어 건보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사업·금융·연금·기타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에 대해 공평하게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국세청 등과 연계해 가입자 자격 요건을 속이는 수법으로 건보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이들도 전원 색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