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영적인 흡수장애 증후군
입력 2013-03-31 17:02
‘흡수장애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TV화면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전 세계에서 10명, 우리나라에서 3명만이 앓고 있는 이 희귀병은 말 그대로 음식물이 몸을 통과하여 뻔히 지나가고 있음에도 몸속에서 그 영양분이 흡수되지 않고 죽어가는 병이다. 몸은 양분을 빨아들여야 사는데, 현실은 물과 기름처럼 ‘몸 따로 양분 따로’인 것이다. ‘소화된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는 상식적인 진리가 실감나게 하는 내용이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영적으로 소화되고 적용된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힘겨운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의 말 때문이었다. 목회를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 속에서 나름 흔들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 가운데 때로 겸허히 경청해야 할 것이 있지만, 때로는 솔직히 억울한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의 말은 아예 작심을 하고 비방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때마다 심약한 내 마음은 힘겹기만 하다. 내색하지 않겠다는 발버둥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쪼그라들게 만든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한 가지다. ‘네가 성도들을 향해서 수없이 던진 말씀은 다 어디 갔느냐? 놋 성벽처럼 흔들리지 마라. 쇠기둥처럼 굳게 서라고 침 튀기며 외친 말씀은 어디 갔느냐? 너는 왜 스스로 진리의 말씀을 적용하지 않느냐?’ 이런 질문 앞에 나는 더 무력함을 느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내 마음의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전했던 말씀대로 굳게 서라’는 아내의 선의의 조언이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부끄럽지만 나는 확실히 ‘영적인 흡수장애를 가진 환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말씀이라는 최고의 영적 영양분이 내 영혼 속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활의 아침을 보내며 나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소원이 무엇일지 묵상했다. 하나님의 소원은 그 크신 부활의 능력이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흡수되고 적용되는 것이리라. 주기철 목사님이 평양감옥에 갇혔을 때 공산주의자 주영하를 만났다. 그가 주 목사님께 묻기를 “목사님은 어찌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까?” 그때 목사님의 대답이 “우리 예수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고,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것을 믿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셨지만, 사흘 만에 부활하셨소. 부활의 복음을 지닌 나에게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소.” 부활의 능력이 감옥 속,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돼 나타나고 있었다. 영적인 흡수장애를 전혀 모르시는 주 목사님의 신앙이 얼마나 존경스러운가. 부활하신 예수께서 베드로의 생업현장을 찾아가신 것은 부활의 능력이 구체적인 생활 현장에 나타나야만 된다는 메시지다. 부활절을 지내면서 내가 먼저 영적흡수 장애라는 고질병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