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 “삼성화재 배구는 몰빵이 아니라 분업”
입력 2013-03-29 18:53
챔피언결정전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프로배구 삼성화재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모든 일정을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훈련이나 식사시간, 심지어 버스 이동시간도 10분 앞당긴다. 이같은 ‘10분 일찍 룰’은 신치용 감독이 지휘하는 국가대표팀에서도 그래도 적용된다. 그래서 타 팀 선수들이나 대표팀과 처음 동행하는 협회 관계자 및 기자들도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 이 습관은 그만큼 미리 준비하고 훈련의 긴장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게 신 감독의 오랜 지론이다.
28일 통합우승을 확정지은 뒤에도 신 감독은 “이기든 지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 선수의 도리”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조금도 게으른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선수들에게 말한다”고 소개했다.
신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뒤 잠깐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머릿속에 든 생각이 ‘내년에 이걸 또 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면서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하지 않다. 감독으로서 엄청난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준비밖에 없고 훈련밖에 없다. 훈련을 잘 하려면 감독이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면서 우승감독이 겪는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우승의 원동력이 특급공격수 레오에만 의존하는 ‘몰빵배구’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신 감독은 “삼성배구는 선택과 집중, 분업화된 배구라 생각한다”면서 “축구에서 (리오넬) 메시가 골을 많이 넣듯이 배구는 축구보다 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하기 때문에 철저히 분업화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팀이 이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속”이라면서 “분업화는 선수들 배려가 없으면 절대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며 자신을 믿고 따라준 고참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삼성화재 공격의 핵심인 레오에 대해 신 감독은 “레오는 ‘삼성화’가 다됐다. 레오가 초반 문화적 차이로 갈등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레오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 예로 작년 크리스마스 때 선수들이 돈을 갹출해 레오에게 지갑을 사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레오는 “신치용 감독님이 날 보내지 않는 이상 3년이든 10년이든 이 팀에 남고 싶다”며 화답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