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이발소’ 시퀘스터 불똥… 100년만에 민영화

입력 2013-03-29 18:38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건너편에 위치한 하트 상원 오피스 빌딩 지하에는 ‘상원 이발소(Senate Hair Care)’가 있다.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시설로, 운영된 지 100년이 넘었다. 의원들이 수돗물도 없던 하숙집에 기거하던 1800년대 초에 생겼다는 게 의회의 설명이다.

상원의원과 그들의 보좌관이 주 고객이지만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상원의원이 급하게 찾아오면 순서를 양보해야 한다. 상원의원의 이발료는 3.5달러(약 3900원). 이마저도 1979년 이전에는 무료였다.

이처럼 상원의원들이 소중하게 아껴온 편의시설도 시퀘스터(정부 재정 자동삭감)로 민영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렌스 게이너 상원 사무총장은 “시퀘스터로 채워야 할 ‘구멍’이 훨씬 커졌다”며 “이발소 직원 9명 중 4명으로부터 비용이 적게 드는 민간 인력으로 자신들을 교체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 등을 통해 현재 연간 50만 달러의 적자를 10만 달러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결국에는 민간 사업자에게 이발소 운영을 맡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찍부터 민영화 필요성을 주장해 온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며칠 전 동료 의원들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으며 그들도 이제 민영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NYT에 말했다. 한편 하원에 있던 정부 예산 지원 이발소는 이미 1995년 하원의장이던 뉴트 깅리치의 주도로 운영자가 민간업자로 바뀌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