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여성과 부활의 삶] 예수의 부활을 여성의 부활로
입력 2013-03-29 17:39 수정 2013-03-29 21:57
“안식 후 첫날 새벽에 이 여자들이 그 준비한 향품을 가지고 무덤에 가서 돌이 무덤에서 굴려 옮겨진 것을 보고 들어가니 주 예수의 시체가 보이지 아니하더라….”(눅 24:1∼6)
2013년 부활절이 내일이다.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세계적인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는 예수 부활에 대해 “기독교적 소망의 기초이며 힘”이라고 말했다. 기독 신앙은 결국 부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활의 현장에는 ‘특별한 역사하심’이 있었고 그곳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당시 사회에서 여성은 완성된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했다. 인구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고, 법정에서 증언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을 만큼 천대받았다. 그처럼 낮고 천한 여성들이 부활의 첫 증언자요 목격자였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던 고난의 순간부터 어두운 새벽을 뚫고 달려와 빈 무덤을 처음 발견한 이도 다름 아닌 여성이었다.
예수님이 부활의 아침에 12명의 제자가 아닌 하찮은 여성을 먼저 만나주신 건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겐 간절함이 있었다. 소외된 자를 상징하는 여성들은 예수를 향한 사모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했다. 여성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통해 2013년 크리스천 여성들의 ‘부활 신앙’을 들어봤다.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 여자들이 무서움과 큰 기쁨으로 빨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알리려고 달음질할새 예수께서 그들을 만나 이르시되 평안하냐 하시거늘….”(마 28:8∼9)
새벽같이 예수의 무덤으로 달려온 세 여인 막달라 마리아,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는 부활의 주님을 처음 보았다. 허둥지둥하는 이들 여인을 향해 예수님은 미소를 머금고 안부를 묻는다. “너희가 평안하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김윤희 교수는 “그 시절 여성은 신빙성이 없는 존재였다”며 “신뢰감을 높이려면 법관처럼 지위가 높거나 유명한 사람 등을 통해 부활을 증거토록 할 텐데, 존재감이 거의 없는 여성을 통해 부활의 기록을 남기게 했다는 것 자체가 역으로 역사적 사실임을 증명해준다”고 말했다. 성경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부활 사건을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천한 신분을 통해 세상에 선포했다는 것이다.
아세아연합신대 한상화 교수는 “여성에게 부활을 처음 목격하게 했다는 사실은 당시 시대상이나 인간적 관점에서 볼 때 이치에 맞지 않은 듯 보이지만 이 역시 성경이 증거하고 있는 다른 모든 사역들처럼 인간의 생각과 한계를 넘어선 하나님의 역사”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으로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활 사건은 하나님의 구속의 능력을 보여주는 사건인 동시에 그리스도의 참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고 또한 완전한 인간으로서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보증하사 믿는 자들의 최종적인 상태를 미리 보여주는 구속의 완성”이라고 덧붙였다.
부활은 담을 허물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 14)
‘돕는 베필’로 창조된 여성은 타락의 과정에서 먼저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정죄 당하고 자책해 그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는 주님의 뜻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예수님은 이 같은 담을 허물어갔다. 나라와 나라, 우리와 우리, 남녀노소, 빈부귀천…. 그렇기 때문에 멸시의 대상이었던 여성을 제자로 삼을 수 있었다.
한국기독교여성교육원 홍관옥 원장은 “예수님은 부활의 과정 속에서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만나주신 게 아니다”며 “편견 없이 자신을 대해준 그 은혜가 감사해 여성이 더 열심히 충성을 다해 봉사했고 적극적으로 주님을 사모했기에 무덤으로 달려가는 용기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사랑한 결과였다는 말이다.
총신대 김희자 부총장도 “여성을 부활의 첫 증언자로 삼은 것은 성별이 아니라 믿음”이라며 “주님은 성을 가지고 직분을 주거나 소명을 주신 게 아니라 은사에 따라 제자로 삼았다”고 했다.
김 교수 역시 “예수 그리스도가 말구유에서 태어난 것처럼 중요한 부활 사건에 여성을 증인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하나님이 ‘만민의 구원자’라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복음은 여성으로 국한할 게 아니라 소외된 자 없이 못난 인간이라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모든 사람의 가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소망의 삶을 살아라
그렇다면 크리스천 여성은 오늘날 교회 안에서 어떠한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할까. 이를 위해 여성 목회자들은 세상을 나그네로 살았던 자신의 모습부터 되돌아볼 것을 권면했다. 그리고 부활의 신앙, 종말을 바라보는 신앙을 회복하라고도 했다.
㈔세계성령중앙협의회 대표회장 유순임 목사는 “요즘 교회 여성을 보면 1인 다역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여전히 그 위치나 역할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스스로가 믿음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활의 삶은 십자가의 길 가운데서 소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망하거나 원망, 슬퍼할 이유가 없다. 한 교수는 “부활의 생명은 현재에 몰입해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려 있기 때문에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여성이 이 생명을 회복하면 가정과 교회가 변하고 나아가 세계 선교를 이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안대학원대 이광순 총장은 “예수는 이 땅에 오심으로 구원의 역사를 쓰신 것이고 여성을 통해 부활하심을 증언케 함으로써 선교는 시작된 것”이라며 “2000여년 전의 그 사명을 이어받은 이 시대 크리스천 여성은 전도하기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희경 김경택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