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나뭇가지 위의 예수

입력 2013-03-29 17:19


임용남(1958∼)

4월이 오면 교회 마당 한 켠에 서 있는

목련나무가지 위에

하얀 목련꽃들이 앉아 회개하고 있다

완강한 겨울을 이겨내고

찢긴 살과 피로

봄의 성찬을 준비하는 그들,

단식으로 창백한 얼굴이지만

탄생의 환희,

재림의 약속을 간증하기 위해

은총의 흰 꽃잎마저 대지 위에 뿌려준다

재의 수요일,

종려나무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며

안락한 의자에 앉아 두 손 모은 나는

나뭇가지에 앉아 회개하는

목련꽃을 더 이상 바라볼 수가 없다.

목련이 핀다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이다

<강릉동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