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되짚어보기] “가난한 나라 한국을 일으킨 리더십 저개발국 꿈과 희망으로 부활한다”

입력 2013-03-29 17:05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 이름을 내거는 모험을 시도했다. 이젠 현직 대통령 아버지의 이름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출발선에서부터 가속도가 붙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하는’ 나라로 바뀐 대한민국이 이젠 국제사회를 위해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의식이 대학원을 만들었다.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발전 경험과 새마을운동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한국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새마을운동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믿음을 불러일으킨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리더십이었고요. 우리 르완다에 필요한 게 바로 정책리더십이지요.”

지난해 7월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 입학한 르완다 출신의 패트릭 베라바가보(34)씨는 이 대학원으로 유학 온 이유를 29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두 번이나 다녀올 만큼 ‘박정희 리더십 연구’에 열정적이다.

르완다 검찰청에서 법조인으로 활동한 그는 이번 학기를 마치면 귀국해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게 된다. 학위를 받은 후 그는 정책입안을 통해 르완다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이하 박정희스쿨)은 전직 대통령이자 현직 대통령의 부친 이름을 내건 탓인지는 몰라도 일단 출발은 괜찮은 듯하다.

2012년 3월 19일 첫 강의를 시작한 박정희스쿨에는 52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은 3명뿐이고 나머지 49명은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세계 26개국에서 몰려온 학생들은 ‘새마을운동 이론 및 실천’ ‘공공정책 및 리더십’ ‘산림자원 및 생태복원’ 등 3개 전문분야에서 각각 석사과정을 공부한다.

올 3월 입학한 신입생은 23개 국가에서 모인 35명. 앞서 지난해 7월 17명의 두 번째 신입생을 뽑았다. 그해 3월 첫 신입생으로 석사과정을 시작한 15명은 현재 1년 3학기 과정을 모두 마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이 통과되면 오는 6월 말 박정희스쿨의 첫 ‘새마을학 석사’가 배출된다. 일부는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는다.

박정희스쿨 학생들의 일주일은 보통 대학원생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매달 첫주 월요일 새벽부터 영남대 캠퍼스를 청소하는 새마을캠페인으로 한 주를 시작하는 이들은 주 5일간 아침 8시부터 9시까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국어를 배운다. 토·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강의가 없는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 출신이지만 어느 정도 보장된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굳힌 이들이 박정희스쿨로 유학 온 이유는 한결같다.

절망적인 빈곤과 저개발 상황에서 허덕이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힘든 유학생활을 선택한 것이다.

짐바브웨 출신의 조나단 장댕거와(40)씨는 올 신입생 중 최연장자다. 그는 이곳으로 오기 전 15년 간 운송산업 분야에서 고위관리직으로 근무했다.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 만큼 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하다.

“짐바브웨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가난을 뿌리 뽑는 데 기여하는 것이 인생 최종 목표”라는 그는 “제대로 된 공공정책과 리더십으로 짐바브웨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제브레마리암 치체(38)씨는 ‘국가적 미션’을 안고 왔다. 정당 중앙본부에서 사회동원 및 교육지원부장으로 활동한 그에게는 한국의 모든 것을 배워오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그가 1년 3학기 과정의 ‘공공정책과 리더십’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 에티오피아 정부는 ‘잡(Job)교육센터’를 신설하고 트레이너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는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발전 경험과 새마을운동의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게 대학원의 목표다.

때문에 교육대상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공무원, 교수, 시민운동가, 정치인 등 미래를 이끌 각국의 젊은 지도자들이다.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발전 경험과 새마을운동에 대한 학문연구 및 정책지도자 육성에 초점을 둔 집중교육이 진행되기에 개발도상국의 변화를 모색하고 꿈꾸는 젊은 지도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1년 3학기제의 수업과정과 4학기 논문학기(본국에서 진행)로 운영된다. 최소 36학점의 수업을 B학점 이상으로 이수하고 논문이 통과되면 1년 6개월 만에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교수진 구성도 남다르다. 대학 내 새마을 및 리더십, 산림분야 교수들은 국내서도 내공을 인정받는다. 이재창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이돈구 전 산림청장 등 외부교수들도 관련 분야 최고의 석학들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브레인’으로 알려진 최외출 교수는 대학원 설립을 주도했다. 최 교수는 연구년인 관계로 강의는 하지 않고 논문지도만 맡고 있다.

경산=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