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과 헌재의 갈등 국민 바라보며 풀어야
입력 2013-03-29 18:45
대법원이 법률의 해석을 문제 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한정위헌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대법원과 헌재가 또다시 충돌한 것이다. 사법부의 양대 최고기관이 서로 다른 견해를 고수하면 악순환은 끝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2004년부터 법원과 헌재를 오가며 5차례 소송을 벌인 KSS해운은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키로 했고,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기업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소송 중인 기업들의 과세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한정위헌은 헌재가 ‘법률 조항을 ∼라고 해석하면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법조문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이를 잘못 해석해 헌법에 위반됐다는 의미다. 헌재는 법 적용을 헌법적 가치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법원은 “법률 해석은 대법원의 권한이고, 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사법권 독립원칙이라는 헌법질서를 훼손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정위헌을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은 17년 전에 표면화된 오래된 사안이다. 1996년 대법원은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이 공시지가라는 헌재의 판단에 대해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며 실거래가가 기준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고수했다. 이 사건은 국세청이 과세조치를 직권으로 취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대법원과 헌재는 국가배상법, 상속세법, 조세감면규제법의 명확하지 않은 규정에 대한 해석 및 위헌여부를 놓고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두 기관은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한정위헌을 둘러싼 두 기관의 견해는 모두 법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런데도 상대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날 선 논쟁이 오가면서 최고 재판소가 어디인지를 놓고 다투는 사법 권력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졌다. 대법원과 헌재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가 옳고 그른지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불필요한 갈등으로 국민의 신뢰가 약해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으로 돌아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