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졸음이 수시로 쏟아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바쁜 현대인에게 잠은 필요악 취급을 당하기도 하지만 천재들의 경우엔 좀 다른 모양이다.
인도의 라마누잔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이며 난해한 수학 공식을 만든 천재 수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어떻게 그런 공식을 얻었느냐는 질문에 꿈속에서 수학적 영감을 얻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탈리아의 타르티니는 꿈에서 악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을 작곡했으며,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창작의 원천으로 자신의 꿈을 꼽는다. 과연 천재여서 그런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꿈이 그들을 천재로 만든 것일까?
실제로 잠이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고 기억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런데 거기엔 공통적으로 하나의 전제조건이 붙었다. 준비된 잠이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독일 뤼벡대학 연구팀의 2004년 실험에 의하면 잠을 푹 잔 그룹이 잠을 자지 않은 그룹보다 숫자열을 변환하는 게임에서 3배 정도 높은 문제해결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잠들기 전 세 번 정도 숫자열 변환 게임을 미리 했을 때만이 문제해결 능력이 높아졌다. 잠자는 동안 외국어 테이프를 계속 틀어놓으면 정말로 외국어를 잘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런데 외국어처럼 멜로디를 들으면서 잠을 잘 경우 연주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발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인위적으로 만든 두 가지 곡조의 연주법을 학습시켰다. 그 후 실험 참가자들을 90분 동안 자게 하면서 두 곡 중 한 곡은 계속 들려주고 나머지 한 곡은 들려주지 않았다.
그 결과 잠에서 깨어난 뒤 잠자는 동안 들었던 멜로디는 재연할 때 실수가 거의 없었으나 들려주지 않았던 멜로디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잠자는 동안 새로운 어떤 것을 학습한 것이라기보다 최근 획득된 정보의 재활성화에 의해 기존 기억이 강화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즉, 완전히 새로운 것을 잠자는 동안 듣는 건 별로 효과가 없지만 잠자기 직전 학습한 것을 잠자는 동안 들을 경우 기억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천재들이 꿈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잠들기 전 그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성규 (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천재들의 잠
입력 2013-03-29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