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뱅크런 차단 극약 처방… 해외송금 금지 자본통제 실시
입력 2013-03-28 18:44 수정 2013-03-28 22:23
국가부도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던 키프로스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국가로는 처음으로 해외송금 금지 등을 포함한 자본통제를 실시했다. 나라를 구하자는 키프로스판 금 모으기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거액을 예금한 러시아 예금주들은 돈을 찾기 위해 키프로스로 몰려들고 있다.
◇EU 창설 후 첫 자본통제 조치=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키프로스가 은행 영업을 재개하는 28일(현지시간)부터 무역대금 결제를 제외한 일체의 해외송금을 금지하는 내용의 자본통제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EU 회원국이 자본통제를 실시하는 것은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로 뱅크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자본통제안은 해외여행 시 보유할 수 있는 현금은 한 차례 3000유로(약 427만원)로 묶었고 유학생의 인출한도도 분기별 1만 유로, 해외에서 쓸 수 있는 신용카드 한도도 한 달에 5000유로로 제한했다.
이 밖에도 지난 16일 폐쇄된 뒤 28일 정오부터 영업을 시작한 은행에서 한 사람이 찾을 수 있는 예금도 하루에 300유로로 제한됐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업무도 중단됐다. 정기예금 계좌의 해지 역시 예금된 은행에 채무를 상환할 때 외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번 자본통제는 키프로스 내 모든 은행계좌의 대금 지불과 계좌이체에 적용됐다. 다만 자본통제 기간은 한시적이다. 하지만 이날부터 1주일간 적용된다는 보도와 4일간이라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키프로스가 뱅크런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라는 극약처방을 내놨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FT는 EU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자본통제가 ‘공공정책과 공공의 안전을 토대로 삼아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EU 협정 63조와 65조에 저촉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프로스판 금 모으기 운동’ 전개=구제금융을 받은 키프로스에서 한푼 두푼 모아 나라를 구하자는 모금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제금융 지원협상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수도 니코시아의 한 종교단체에 기부물결이 줄을 이었다고 전했다.
키프로스은행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우리는 궁지에 몰렸을 때 더 단결이 잘된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정교회 대주교 크리소스토모스 2세는 지난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면서 정교회의 재산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키프로스에 거액의 돈을 예금했다 날리게 된 러시아 예금주들이 돈을 찾기 위해 공항으로 몰리면서 키프로스행 비행기표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프로스는 10만 유로 이상 예금에 원금보장을 해주지 않고 최대 40%의 손실률을 적용키로 했다.
러시아인이 키프로스에 예치한 예금은 키프로스 전체 예금의 30%로 약 2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키프로스의 자본통제에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AP통신 등이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