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절실 ‘아베노믹스’ 탈세 복병
입력 2013-03-28 18:45
정부 주도의 양적완화와 엔저 정책으로 일본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해묵은 골칫거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경제의 역동성이 커진 만큼 변동성과 불안요인들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개인과 법인들의 세금 탈루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 ‘아베노믹스’의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세수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내부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2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나고야 국세국(국세청)은 상속받은 금괴 약 75㎏(약 29억원 상당)을 숨겨 상속세 9900만엔(약 11억7000만원)가량을 탈세한 혐의로 아이치현 세토(瀨戶)시의 한 부동산 임대업자를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가메이 류이치(龜井隆一)라는 이름의 이 임대업자는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물려받은 금괴들을 자택에 숨겨 왔다.
현지 세무 관계자들은 가메이씨의 부친이 2010년 3월 세상을 떠나면서 세 명의 자녀들에게 금괴를 유산으로 물려줬고, 세무신고를 장남인 피의자에게 맡겼지만 그가 고의로 신고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일본 세무당국은 강제수사에 나서 그의 자택에서 막대한 양의 금괴를 발견했다.
기업 차원의 탈세도 정권이 부르짖는 ‘경제 재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 탈세한 돈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는 등 이른바 ‘예(藝)테크’ 행각을 벌인 일본 부동산 회사의 대표가 최근 도쿄지검에 기소됐다. 일본 전역의 번화가에서 푸드코트 빌딩을 운영하는 ‘마루겐(丸源)’ 그룹의 가와모토 겐시로(川本源司郞) 회장은 지난해 청산한 건물 관리 자회사의 법인 소득 약 35억4300만엔(약 418억원)을 고의로 누락해 법인세 약 10억6000만엔(약 125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술품 수집가인 가와모토 회장은 탈세 이득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면서 명목상의 예술가 지원 회사를 설립해 자금의 일부를 미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특히 이런 불법 해외 송금과 ‘역외 탈세’에 강경한 입장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국외재산조서(해외재산신고제)’를 앞두고 일본에서는 최근 역외 탈세 적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국세청은 세원 관리를 강화해 신고 누락과 허위 기재에 대해 징역형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