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월세 대출상품 출시… 서민 ‘손톱 밑 가시’ 뽑나

입력 2013-03-28 18:30


기업에 갓 취직한 신입사원 김모(27)씨는 최근 서울에 직장을 잡으면서 자취방을 구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전세는 물론 ‘반(半)전세’의 보증금을 낼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증금 없는 월세방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은행을 찾아갔지만 직장이 대기업도 아닌 데다 신입사원이라 대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앞으로 김씨 같은 상황이 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월세 보증금이 없거나 당장 월세 낼 돈이 없어 제2금융권을 찾았던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은행 대출 상품이 나왔다. 금리도 연 5∼6% 수준으로 낮다. 서민들의 ‘손톱 밑 가시’ 뽑기로 평가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28일 반전세 월세자금 대출상품인 ‘우리 월세안심대출’과 ‘신한 월세보증대출’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월세자금이 부족한 임차인이 연 20%대에 달하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상품 대신 낮은 금리로 월세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은행의 월세안심대출의 대출대상은 반전세나 전액 월세로 아파트·연립·다세대·주거용 오피스텔에 계약한 세입자다. 연소득 증빙만 가능하면 임차 보증금의 80% 내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별도의 보증료 부담이 없다. 대출기간은 2년이고, 연장도 가능하다. 금리는 연 4.70∼6.05% 수준이다. 우리은행에 급여나 공과금 이체, 적금 납입 등의 실적이 있다면 최대 0.7% 포인트까지 금리를 깎아준다.

신한은행의 월세보증대출은 서울보증보험에서 보증을 서준다. 신용도가 낮거나, 이미 신용대출을 받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날 때까지 대출금을 못 갚으면 서울보증보험이 대신 은행에 원리금을 갚는다. 이에 따른 보험료는 신한은행이 부담한다. 대출 한도는 최고 5000만원이다. 금리는 최저 연 5.88∼6.68%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월세대출 상품 출시로 세입자의 이자 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본다. 금감원에 따르면 반전세 대출상품을 이용하면 신용등급 1∼6등급은 매년 1만7107∼6만8619원의 이자를 아낄 것으로 봤다. 7∼8등급은 최소 15만7439원에서 최대 33만9970원까지 이자비용이 줄어든다.

월세자금 대출은 다른 은행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에 부담감을 느껴 고이자 대출을 받던 분들이 이제 안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조만간 대다수 시중은행이 비슷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