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열린 ‘재판’… 변론보다 열띤 질문
입력 2013-03-28 18:10 수정 2013-03-28 22:20
서울고법 ‘캠퍼스 열린 법정’
법복을 입은 판사들이 법정이 아닌 대학 캠퍼스에 나타났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이태종)는 28일 서울 연희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광복관 모의법정에서 ‘캠퍼스 열린 법정’을 개최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실제 재판이 진행된 것은 사법사상 처음이다.
재판부가 모의법정 안으로 들어서자 로스쿨 학생을 비롯한 방청객들은 모두 기립해 예의를 갖췄다. 방청석 150개가 가득 찬 탓에 일부 학생들은 선 채 재판을 방청해야 했다. 이태종 부장판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사건을 설명했다. 현금자동지급기(CD VAN)를 설치·관리해 온 한국전자금융이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양측 대리인들은 정교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서로를 반박했다. 주장과 반박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변론 과정에 눈을 떼지 못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휴정시간에는 대리인의 논리를 두고 법정 곳곳에서 작은 토론들이 벌어졌다. 1시간40분가량 치열한 변론이 종결되고 재판부는 10분간 합의 과정을 거친 뒤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서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정서희(연세대 화학과)씨는 “변론을 먼저 시작하는 원고 측 주장을 들을 때보다 피고 측 주장을 들을 때 집중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며 “변론 진행이 원고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부장판사는 “심리학의 선점효과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두 사람이 말할 수 없으니 통상 소송을 건 원고 측이 먼저 주장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로스쿨 2학년인 박세희씨는 “법원이 아닌 학교에서 재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재판부는 “법원조직법 56조에 따라 필요한 때는 법원 외의 장소에서 재판할 수 있으며, 교육적인 효과를 위해 실제 재판을 예비 법조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답했다. 법원은 매년 각 대학 로스쿨 별로 순회 재판을 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