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반 발표한 BMK “히트엔 욕심 없어요, 오래 사랑받고 싶을뿐…”
입력 2013-03-28 17:59
2011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일밤-나는 가수다(나가수)’(MBC)가 열풍을 일으켰을 때, 당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상당수는 앞 다퉈 신곡을 발표했다. 방송을 통해 얻은 인기를 음반의 히트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가수가 당시 새 음반을 발표했던 건 아니다. ‘나가수’에서 ‘소울 국모’라 불리며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준 BMK(본명 김현정·40)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방송 출연 이후 한참동안 신곡을 내놓지 않다 지난 15일 새 음반을 발표했다. 전작이 2010년 10월 발매된 미니음반 ‘사랑은 이별보다 빨라서’이니 2년 6개월 만에 선보인 신작인 셈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BMK가 운영하는 한 보컬 학원에서 BMK를 만났다. 그는 “나 역시 재작년 한창 화제가 됐을 때 새 노래를 내놔야겠다는 욕심은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결론은 인기에 대한 ‘판타지’나 조급증은 버리고 오래 사랑받는 노래를 만드는 데 집중하자는 거였어요. 그런 결론을 내리니 더 부담돼 음반 작업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신보는 이별을 앞둔 여성의 심경을 담은 노래 ‘다 괜찮아요’를 포함해 단 두 곡만 실린 디지털 싱글 음반이다. 오랜 기다림에 비해 내용물이 단출하니 팬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 있겠다.
하지만 BMK 설명에 따르면 이 음반은 올가을까지 3∼4회 거쳐 잇달아 발표될 그의 신곡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여러 곡을 담은 정규 음반을 내면 타이틀곡 뺀 나머지 노래는 관심을 못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게 너무 싫더라고요. 지난해 1년 내내 준비한 노래들이 정말 좋아요. 고민 끝에 1∼2곡씩 꾸준히 발표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 거죠.”
BMK의 첫 음반이 나온 건 2003년이다. 하지만 그는 사실 그전부터 음악계에선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겨우 스물다섯 살이던 1998년 대학에 출강해 가수 지망생들을 가르쳤을 정도다. 노래 잘하는 비법을 묻자 그는 “듣는 방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무식할 정도로 많은 음악을 들었어요. 클래식, 재즈, 팝 등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음악을 들었죠. 결국 그 음악들이 세포에 녹아들고, 정확한 음정을 분별하게 되더라고요.”
가수들이라면 보통 데뷔 10주년을 맞은 해에 기념 콘서트나 기념 음반을 발매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BMK는 그런 이벤트를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10주년 이벤트’가 아닌, 정글 같은 가요계에서 어떻게든 버텨 장수하는 것이다.
“그동안 1위를 목표로 음악을 만든 적은 없어요. 대신 사람들 사이를 떠돌아다니면서 오래 사랑받는 노래는 만들고 싶었죠. 1위엔 욕심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제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그래야 제가 10년 뒤, 20년 뒤에도 음악을 할 수 있거든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