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인’ 이하이 신곡 ‘로즈’ 차트 1위 직행… “제 음악 색깔 들리나요?”

입력 2013-03-28 17:59 수정 2013-03-28 22:32


금발로 염색한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털모자를 쓴 앳된 소녀의 모습에서 각종 음원 차트를 싹쓸이하고 있는 ‘괴물 신인’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저 자그마한 체구 어디에 숨겨져 있었을까 싶은 매력적인 중저음 보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이하이(17).

이하이는 지난해 SBS TV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의 준우승자다. 당시 그에게 홀딱 반한 심사위원 양현석을 따라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뒤 발표하는 곡마다 소위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 발랄함과 성숙함,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보여주며 야누스적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그를 28일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발표되자마자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신곡 ‘로즈(ROSE)’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하이는 정규 1집 ‘퍼스트 러브(FIRST LOVE)’ 파트 1(5곡)에 이어 이날 파트 2 수록곡 5곡을 공개했다. ‘로즈’는 YG의 대표 프로듀서 테디와 원타임 송백경이 만든 R&B 하우스 장르의 곡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이하이 특유의 리드미컬한 랩까지 귀에 쏙 박히는 노래다.

그동안 이하이를 영국 가수 아델이나 더피와 같은 보컬리스트로 기억하고 있던 이들에겐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느껴질 듯싶다. “파트 1에 있던 ‘이츠 오버(IT’S OVER)’가 지난해 발표된 ‘1.2.3.4’를 이어가는 소녀 감성이었다면, 이번에는 소녀와 어른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사랑은 새빨간 로즈, 지금은 아름답겠지만 날카로운 가시로 널 아프게 할 걸’이란 노래 가사처럼 ‘로즈’를 비롯해 ‘비코즈(Because)’ ‘바보’ ‘내가 이상해’ 등의 곡은 저마다 다른 장르일 뿐 아니라, 하나같이 성숙한 사랑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좋아하는데 다가오지 말라니 무슨 소리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사·작곡가 언니 오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자기만의 독특한 해석방식도 찾아냈다. “‘로즈’를 받자마자 생각한 게 ‘어린왕자’에 나오는 장미와 어린왕자의 관계였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불렀어요.”

최근 이하이를 위해 단독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양현석 YG 사장은 이번 앨범 제작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양 사장은 앨범에 수록된 10곡을 직접 골랐고, 앨범 테두리에 로즈 골드 장식을 넣는 것까지 꼼꼼히 챙겼다.

“(양 사장의) 안목이 정말 남다르신 것 같아요. 저의 개성이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장점인 동시에 단점일 수도 있는데 그걸 장점 위주로 살려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수 있도록 해 주셨어요.”

YG 색깔이 너무 강하게 입혀진 건 아닐까. 그는 “다들 이렇게 말하면 믿지 않으시던데…” 하면서 앨범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깜짝 놀란 게 앨범 작업을 하는 동안 이렇게 노래를 불러라 하는 게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음악이 뭐니, 어떤 스타일을 하고 싶니 하면서 제 스타일을 다 존중해주시더라고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쉬는 시간 노래듣는 걸 좋아하던 여고생이었는데, 이제 그는 내로라하는 기획사의 간판 가수가 됐다. “제 일 자체가 음악이 됐잖아요. 디지털 싱글 나왔을 땐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 앨범 나온 거 보고 내가 정말 가수가 됐구나 느꼈어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지만, 예고라서 학교 출석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음반 발매를 위해 보컬과 안무 연습, 녹음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평상시엔 이렇지만 녹음할 때는 상당히 예민해지는 편이에요.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는 저 스스로도 색다른 제 모습을 발견하게 돼서 재밌었어요.”

사춘기 소녀인지라,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면서 살을 빼야겠다고 맘을 먹고는 운동을 하면서 식단 관리를 했다고 한다. 최근 ‘K팝 스타2’ 특별 무대에 올랐을 때 확 달라진 이하이의 모습을 보고 양 사장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가수”라며 좋아했다고 한다. “저한테 다이어트 하란 말씀을 하신 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은 소속사에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있는 만큼 국제무대 진출도 꿈꾸고 있다. “사실 그런 생각하면 좀 떨리는데, 국제무대에 서는 것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싸이 선배님은 저도 뵙고 싶어요. 어제 낮에 회사에 계셨다던데 가볼 껄…”하며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그에겐 ‘괴물신인’ ‘반전소녀’부터 ‘한국의 아델’이라는 수식어까지 다양한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한국의 아델’이란 평가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저에게 우상이었던 가수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죠. 그런데 ‘아델 같지만 이하이 같다’ 이렇게 저만의 색깔이 있다는 걸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