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금연 치료, 건보 적용 고민할 때
입력 2013-03-28 18:48
흡연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적 행동이나 습관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니코틴 의존성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2년 개정·발표한 국제질병분류기준에도 ‘담배에 의한 중독, 의존 및 금단 증상’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흡연자 본인은 이 같은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연이 개인 의지만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혼자 의지만으로 6개월 이상 담배를 끊을 확률은 4%에 불과하다. 반면 의사와 상담 및 처방을 통해 3개월 정도 먹는 약을 복용할 경우 26∼44%의 성공률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의사의 전문 상담과 약물 치료 등을 함께 받으면 금연 성공률이 최대 11배가량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약물 치료를 포함한 금연 진료의 경우 3개월간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금연 진료 행위와 치료 약물 모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진찰료와 약값을 모두 본인이 내야 한다.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에게는 담뱃값 인상만큼이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연을 하고 싶어도 선뜻 금연 치료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의사나 병원들 입장에서도 개인 흡연 이력과 증상 상담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금연 진료에 잘 나서려 하지 않는다. 내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등 일반 개업의나 병원 근무 의사 모두 금연 진료가 가능하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마나 전국 보건소에 금연 클리닉이 설치돼 대부분 무료 운영되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 때문에 국민의 보편적 이용에는 제한이 따른다.
이 같은 이유로 실제 금연 의향자들의 금연 성공을 위한 치료환경 조성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특히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 접근성과 순응도를 높이려면 보험 적용을 통해 금연 진료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미국(36개주),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등 다수의 국가들이 금연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금연 치료 보험급여화를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앞서 담뱃값 2000원 인상 법안도 내놨다. 두 방안 모두 법제화되기까지 숱한 난관이 예상되지만 새 정부의 보건의료·복지정책 추진 의지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의원 계산에 따르면 금연 치료에 보험이 되면 월 3만원 정도 본인 부담금으로 금연 치료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금연 치료 급여화에 따른 보험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하지만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금연 진료와 약을 급여화하면 1년에 2000억원 정도 건강보험 재정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암, 뇌졸중 등 특정 질환자에게만 보험 적용되는 CT나 MRI에 소요되는 재정 규모(연간 5000억∼6000억원)에 비하면 훨씬 적다.
정부는 금연구역 확대, 경고문구 강화 등 공중보건적 금연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지만 흡연율 감소 등 효과 면에서 썩 좋은 성적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 흡연자 개인 치료를 위한 정책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건강 형평성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선 포괄적인 금연정책이 필요하다. 담뱃값 중 62% 정도를 제세부담금으로 지출하면서 정작 금연하고자 할 때는 본인 호주머니에서 돈을 내놔야 하는 흡연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차장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