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박종록] 義人찾기-인사검증 유감
입력 2013-03-28 17:35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지연과 장·차관 지명자들의 인사 검증에 따른 낙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공격적인 도발 행태는 한반도 전체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정도 시련이야 있을 수 있다지만 국민들은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그 산하단체는 각각 하나의 시스템이고 시스템은 결국 사람에 의해 그 기능이 작동된다면 그야말로 인사가 만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는 청렴하고 정직하며 능력있는 인재들이 정부 각 부처의 책임자로 발탁되어 국가사회가 발전하고 국리민복의 향상이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이 시대에 우리가 바라는 그런 의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공직자도 사람이다. 현실을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도 마련해야 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칫 엉뚱한 곳에 발을 헛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과 축재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경우 및 외도와 실수가 반복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우리는 현재 그 사람의 인격과 능력과 애국심에 더 비중을 두고 인사검증을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제 버릇 뭐 못준다고 하지만 몇 번이고 거듭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전과자가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제 몸을 던져 희생하는 경우도 보았고, 말썽꾸러기가 개과천선하여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인사검증 과정을 지켜보면 우리는 지난 잘못에 대하여는 가혹하리만큼 세부적인 항목들까지 일일이 드러내 평가를 하는 반면, 현재와 장래의 소신과 비전, 능력, 애국심에 대한 검증은 오히려 뒷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더구나 그 인사검증이 편 가르기나 견제세력에 의한 모함성, 새 정부 출범에 대한 다리걸기식 힘빼기 전략이라는 느낌이 들면 검증하는 주체들의 순수성과 도덕성을 오히려 반문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한다.
정부로서도 추천하는 사람과 인사 대상자의 체면을 보아 대충 넘어가지 말고 자체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좀 더 치밀하고 엄정하게 사전 확인을 하여 더 이상 인사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관 제의 올까봐 겁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작금의 인사청문회는 희화화되고 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국회와 언론도 일단 대통령의 인사권한을 존중하여,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정도의 흠이 아니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부분 임기제 신분이 아니므로 예상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과오가 발생하면 그때 경질하면 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옳지만, 정부조직이 장·차관이 신통치 않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망가지는 시스템도 아니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바라는 능력 있고 흠 없는 의인들로만 구성된 정부조직을 고집하기에는 국가사회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 한가롭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회가 혼탁하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능력과 경륜을 겸비한 인재들이 많을 것이므로 자기 사람 추천하기 식의 인재풀에서 벗어나 좀 더 널리 인재를 찾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문성과 청렴성이야 당연히 갖추어야 하지만 몇몇 권력기관을 제외하고는 행정의 다양성과 기술적 측면을 고려할 때, 국정철학의 공유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지난날 비난받아온 또 다른 코드 인사의 답습이라 평가받을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시대에 의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인사검증의 주안점을 지난날의 흠잡기에서 탈피하여 현재와 미래의 비전에 두고, 좀 부족하더라도 대통령의 인사권한을 존중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안정된 국정기조가 형성돼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마련에 진력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