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고난주간엔 이런 일을

입력 2013-03-28 17:35 수정 2013-03-28 22:34

케냐에 사는 마사이족과 필리핀 오지에 있는 원주민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감리교단 소속 교회들의 해외 단기 선교활동을 취재하러 동행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한결같이 헐벗고 굶주린 상태였다. 비록 야위었지만 눈동자가 한없이 맑은 어린이들을 보면서 하루 밥 세 끼 먹고 사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오래 전에 만났던 어린이들이 불쑥 생각난 것은 지난 24일 서울 증산제일교회 예배시간에 정경환 담임목사의 말씀을 듣고서였다. 정 목사는 증산제일교회를 개척한 조천기 목사가 은퇴하기 직전 공모를 통해 후임으로 결정한 2대 담임목사다.

그날 광고를 통해 정 목사는 고난주간 동안 적어도 세 끼를 금식하자고 제안했다. 한 끼당 2000원씩 계산해서 적립한 6000원을 선교헌금으로 바치자고 했다. 6000원은 최소한의 금액이었고, 더 드려도 무방할 것이다. 그동안 정 목사는 예배시간에 헌금을 강조한 적이 없는데, 유독 그날만은 선교헌금을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적은 돈이지만 6000원이면 아프리카나 아시아 최빈국 어린이가 한 달가량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고난주간에 모은 선교헌금을 전액 예장통합 총회에 보내 해외 선교자금으로 사용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얼마 전 “여전도회나 남선교회에서 회비가 남을 경우 회원들의 선물비, 식사비로 소진하지 말고 해외 선교헌금으로 드리자”고 제안한 적도 있다.

정 목사는 금식 말고도 전 성도가 성경 쓰기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한 성도가 창세기 1장부터 시작해 5쪽을 쓰면 다른 성도가 6쪽부터 10쪽까지 쓰는 식으로 신구약을 필사(筆寫)하자는 것이었다. 어린이들도 동참시키자고 했다. 성도 260여명이 성경 필사 운동에 뛰어들었다. 거의 전 성도가 한마음이 되는 순간이었다. 할당량을 마친 한 성도는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 목사는 성경 쓰기가 끝나면 제본한 성경을 강대상에 올려놓고, 동참한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급 가죽으로 장정(裝幀·裝訂)한 성경만 강대상에 진열하는 줄 알았는데 참 신선한 발상이었다. 따지고 보면 전 성도가 정성 들여 만든 성경만큼 값지고 소중한 것이 있을까.

금식을 통한 구제와 전 성도의 릴레이 성경 필사.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기 위해 고난주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행위가 아닐까 싶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