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미는 南·위협하는 北] 北, 남북 軍통신선 단절

입력 2013-03-27 22:12

북한이 27일 마지막 남은 남북 간 연락수단인 군 통신선을 단절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지난 11일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적십자 채널) 간 직통전화 차단에 이어 나온 조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남장령(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은 위임에 따라 27일 11시20분 남조선 괴뢰군당국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북측 단장은 전화통지문에서 “이 시각부터 군 통신 단절과 함께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 군통신연락소 성원들의 활동도 중지한다”며 “조미(북미), 북남 사이에는 아무러한 대화 통로도, 통신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북측 조치로 남북을 연결하는 군 통신선 8회선이 모두 불통됐다. 이에 따라 남북 간 우발적 사고가 생겼을 때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2009년 3월 서해 관리구역 군 통신선을 차단했으며, 앞서 2008년 12월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출입 제한 조치도 취한 적이 있다.

여기에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그간 개성공단 출입 인력의 명단이 북측에 전달됐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도 생겼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의 안전적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만약 북측이 통행까지 차단해 우리 측 체류 인원이 사실상 억류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개성공단은 존폐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은 이번 조치가 실제 개성공단 출입 폐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남측 인원의 개성공단 출입경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출입과 신변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서울과 개성 간 비상연락체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적 대결 국면이 계속되면서 북에서 군 통신선을 차단했지만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채널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북한이 통행 차단까지 단행할지는 28일 오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군 통신선을 단절한 것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등 다각적인 압박에 대한 반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사설을 통해 전날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선언한 인민군 최고사령부의 성명과 관련해 “미국 본토와 남조선, 조선반도 주변 지역의 미제침략군 기지들과 모든 적 대상물들이 우리 조준경 안에, 우리 군대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고 위협했다. 특히 “핵탄을 포함한 정밀 타격수단들이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다”고 핵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이번 주말 ‘중대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대 문제’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대외 강경 대응 메시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