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한글서체 개성이 강한 宮體였네…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 펴내

입력 2013-03-27 20:42


조선의 여걸이었던 고종의 비 명성황후. 구한말 시아버지 대원군과 맞서며 권력싸움을 벌이기도 했던 명성황후의 글씨는 한문 서체는 물론 한글 서체인 궁체(宮體)에서도 기존 서체와 달리 개성이 강했다. 줄이 인쇄된 시전지에 쓴 편지조차 세로줄이 똑바르지 않은 것이 많다.

조선시대 왕을 비롯해 왕비, 공주, 궁녀, 사대부, 일반 백성이 쓴 한글편지(언간·諺簡)를 집대성한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가 그간 단편적으로 소개되거나 개별 편지첩에 실려 있던 한글편지 중 대표적인 편지를 모아 27일 펴낸 것이다. 조선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87명의 한글편지 400여건을 담았다.

현재까지 발굴된 왕의 친필 편지는 선조, 효종, 현종, 숙종, 정조의 편지가 있다. 조선 왕 가운데 최고 명필은 선조였다. 중국 사신들이 그 필적을 얻고자 애썼을 정도로 명필이었다. 북벌을 추진했던 효종은 필체도 거침없고 시원시원했다. 반면 현종은 필체가 아기자기하고, 숙종은 획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썼다.

왕비 중 명성황후의 한글편지는 친필 편지만 140여편이 전해진다. 인조의 계비인 장렬왕후, 효종의 비 인선왕후, 현종의 비 명성왕후, 숙종의 비 인현왕후도 뛰어난 달필이었다. 특히 인현왕후는 궁체의 완성자로 평가받는다. 공주의 한글편지 중 온전하게 전하는 것은 효종의 둘째 딸 숙명공주의 편지 1편뿐이다.

어문생활사연구소 황문환 소장은 “조선시대 한글편지는 서체적 조형미가 뛰어나 작품 창작 서체로의 응용, 컴퓨터 폰트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