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서연의 집’서 첫사랑을 떠올려 보세요… 영화 ‘건축학개론’ 제주 세트 카페로 신축
입력 2013-03-27 20:43
영화 ‘건축학개론’을 본 이라면 누구나 제주 ‘서연의 집’을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승민(엄태웅)이 첫사랑 서연(한가인)을 위해 지은 이 집은 ‘건축학 개론’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두 사람이 1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매개체이자 미완의 기억을 완성하는 공간이었다. 영화 속 서연의 집이 ‘카페 서연의 집’으로 새 단장해 27일 오픈했다. 지난해 영화 개봉 후 1년 만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바닷가에 자리 잡은 카페는 곳곳에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장치들로 가득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린 시절 서연이 키를 재던 흔적이 벽에 눈금처럼 남아 있고, 서연이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진 마당은 깔끔하게 정리됐고, 어린 서연의 발자국이 찍힌 수돗가는 작은 연못으로 단장됐다.
카페 가득 이 영화의 주제곡이나 다름없는 가수 전람회(김동률·서동욱)의 ‘기억의 습작’이 울려 퍼졌다. 입구에는 두 사람을 이어줬던 1990년대 CD플레이어와 건축학도 승민이 나중에 서연에게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집 모형이 전시돼 있다.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큰 창문도 그대로였다. 햇살 좋은 날, 두 사람이 함께 누워있던 2층 잔디밭도 복원됐다. 아직 잔디가 파랗게 자라진 않았지만 봄이 되면 영화 같은 푸른 잔디가 펼쳐질 듯했다. 화장실 벽에는 납뜩이(조정석)가 심각한 표정으로 ‘어떡하지? 너!’라고 말하는 사진이 붙어 있어 웃음을 터뜨렸다.
3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한 명필름이 영화 세트장을 카페로 만든 것은 처음이다. 이은 명필름 대표는 “원래 이곳을 시나리오 작업실로 쓰려 했으나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간을 직접 둘러보고 영화의 흔적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카페로 신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픈식에 참석한 한가인은 “제가 투자도 하지 않았는데 멋진 곳에 ‘서연의 집’이 생겨 기쁘다. 영화 촬영 후 세트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여러 번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웃었다. 엄태웅은 “많은 이들이 첫사랑을 떠올리고, 첫사랑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올레길 5코스에 위치한 ‘카페 서연의 집’은 대지 150평, 건물 50평 규모다. 영화 촬영이 끝난 지난해 1월 건물 설계를 시작해 9월 착공, 만 6개월 만에 완공됐다. 오전 10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로 명필름 문화재단에서 운영한다.
제주=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