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환] 도시 살려야 복지·일자리 늘어난다

입력 2013-03-27 18:56


올해 우리나라는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복지예산 증가 효과를 실감하지 못한다.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등 가계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들이 도입됐지만 경제 성장의 둔화로 소득 자체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시혜성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생산적 복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국민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산업과 고용의 기반이 되는 도시의 재생에서 해답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하버드대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고, 인류혁신을 이끄는 발전소라고 주장했다.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 도시들은 각 나라의 경쟁력을 선도하고, 전 세계의 자본과 일자리를 끌어들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많은 지방 대도시들은 인구 등 규모는 세계 수준이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미래 산업을 창출할 만한 역량은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또한 인구, 사업체 수, 노후 주택비율 등 주요 사회·경제·환경 지표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도시의 세 곳 중 두 곳이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지방도시에서 젊은 인재들이 빠져 나가고, 고용을 책임져야 할 기업들이 떠나면서 생산기반 약화와 세수 감소 등 심각한 쇠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재개발이나 뉴타운 등 쇠퇴 도시의 불량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들이 지자체와 재개발조합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지만,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늘어나는 빈 집, 빈 점포로 인해 영세 상인을 비롯한 서민들의 생활터전이 사라져가고 때로는 우범지역화 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쇠퇴해가는 도시를 살리는 것은 지역민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도시환경 개선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쇠퇴가 심각한 국내 44개 도시들의 1인당 주거 면적이나 복지·문화·체육 시설 수는 농어촌의 50∼85%밖에 안 되고, 한 지역 주민들의 부(富)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방세액도 쇠퇴 도시(1인당 연간 61만3000원)가 농어촌(82만9000원)보다 적은데도 불구하고, 쇠퇴 도시에 대한 각종 국가지원예산(178만원)은 농어촌 지역(547만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는 쇠퇴 도시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쇠퇴 도시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활용하고, 과거 영화를 누렸던 도심부의 건축물과 가로들을 새로운 업무·서비스공간으로 디자인함으로써 도시의 활력을 되찾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의 경우 도시가 최초로 시작된 거리(우리나라의 ‘중앙로’)를 보존하고 살리기 위한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이나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지역문화재생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공간인 골목을 지역 문화·예술활동가들에게 개방하고 도심부를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고용기반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새 정부는 복지와 일자리의 중심인 도시를 살리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장소 중심’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을 위해 법령 제정과 예산 지원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의 중심지이자 창의문화의 기반이 되는 ‘도시를 살리는 것’이 진정한 국민 복지를 달성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김영환(청주대 교수·도시계획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