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도 연구자도 논문표절에 둔감한 사회

입력 2013-03-27 18:57

책임 강하게 묻고 학위 남발 대학 제재해야

출처를 밝히느냐 여부에 따라 표절과 인용으로 갈리기는 하지만 표절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남의 것을 베끼고도 모른척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고,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를 허락 없이 이용했다는 측면에서는 절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논문표절이 사라지기는커녕 갈수록 빈번해져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경찰청장 후보자까지 논문의 일부 또는 전부를 표절하는 실로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범죄를 척결해야 할 경찰의 총수 후보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두 쪽이나 출처 표기 없이 인용한 것은 심하게 말해 옳게 연구하지 않고 학위를 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의 맨 뒤 참고문헌 항목에 인용 논문의 출처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재인용 표시를 하지 않으면 학계에선 표절로 간주된다.

유독 우리나라에 논문 표절이 성행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성의와 진정성 없이 학문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배움과 연구에 대한 구도자적인 자세는 없으면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과시나 출세의 방편으로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이번에 표절이 문제된 연기자나 경찰관은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일진대 구태여 학위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석사나 박사학위는 학문의 완성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연구할 자격이 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런데도 학위를 취득하면 마치 그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인양 취급받기 바라는 얄팍한 마음이 죄의식 없이 ‘지식 절도’를 감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문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애초부터 결여돼 범죄 아닌 범죄를 양산한다는 의미다.

표절은 연구자에게 원초적인 잘못이 있지만 대학 측이 학위를 받을 당사자에게 합당한 노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부 대학에서는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생략하고 석·박사를 양산해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표절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 대개 연구자와 학교 측이 공범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표절을 하고도 형식적인 반성과 참회의 말만 되풀이하면서 상응한 책임을 지지 않는 풍토는 더욱 큰 문제다. 가령, 엊그제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고 인정한 유명 여배우와 코미디언, 스타강사 출신 방송인은 솔직한 시인과 함께 학위 반납의사까지 밝히고 출연중인 방송에서도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이 무거운 문대성 의원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도대체 무슨 책임을 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중한 지적 재산을 훔친 행위를 눈감아 주는 사회는 결코 건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표절이 횡행하는 사회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물을 길러내기 마련이다. 이제는 표절을 범죄행위로 간주해 강하게 응징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이를 눈감아주는 대학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태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