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이버 컨트롤타워法 제정 신중히 논의할 때때
입력 2013-03-27 18:56
사이버 공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대응을 위해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는 법안을 놓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7일 “사이버 위기를 통합적, 체계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 구축과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고, 여당 소속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조만간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야당은 국정원을 사이버 공간의 ‘빅 브러더’로 만들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국가 주요 전산망들의 상황을 보면 위기에 일사불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지난 20일 방송·금융사 전산망이 해킹 공격을 받았고, 26일엔 북한 비판 매체들도 한때 마비됐다. 최근 사이버 해킹의 진원지가 북한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과거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몇 차례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은 3000명에 이르는 전문 해커부대를 운영한다는 증언도 있다.
이에 반해 현재 우리의 전산망 관리는 통합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국가·공공기관은 국정원이, 국방 분야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가, 민간분야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나눠 맡고 있어 통합 대응이 어렵다. 특히 방송이나 금융 등 주요 민간 전산망에 대해 각종 사이버테러 정보나 대응 기술을 갖춘 국가 조직이 정보나 조사, 기술 지원을 하기 어렵게 돼 있다. 미국의 경우 국토안보부가, 러시아는 연방보안국, 일본은 총리실과 내각 중심으로 사이버 안보를 담당한다.
컨트롤타워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그 주체를 어디로 할 것인지는 큰 논쟁거리다. 컨트롤타워 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면 국정원이 최적이지만 정보 독점이 심화될 우려가 높다. 게다가 국정원은 정치공작 전례가 많고 최근 정치개입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어서 야당은 사이버 안보의 사령탑이 될 경우 권력 남용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는 그만큼 사이버 테러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의 교란이 큰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대량의 인명피해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이버 대응체제를 견고히 하는 일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민간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민간 사찰에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방지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총리실에서 총괄하거나, 아무래도 국가기관의 정보통제에 따른 부작용을 통제하기 어렵다면 민·관·군이 함께 참여하는 컨트롤타워를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