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없는 월드컵축구… 뻔한 공격 되풀이, 브라질행 발목 잡힐라

입력 2013-03-27 18:49


대한민국 축구가 카타르를 잡고 큰 고비를 넘겼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2대 1로 이겼다. 그러나 ‘최강희호’는 카타르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 줬다.

카타르가 밀집 수비와 역습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란 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엔 ‘맞춤 전략’이 없었다. 최 감독은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시켰다. 그러나 중앙에 자리 잡은 장신 공격수를 향해 크로스를 올리는 구식 축구는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돋보였던 건 이동국의 플레이였다. 이동국은 역시 걸출한 스트라이커였다. 후반 7분 지동원을 대신해 출전한 이동국은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슈팅을 날렸다. 답답했던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선이 굵은 축구가 나왔다. 후반 15분 박원재의 크로스를 받아 이근호가 터뜨린 백 헤딩골도 이동국의 발끝에 따라 경기의 고저장단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도 크로스바를 맞힌 이동국의 슛 덕분이었다.

수비는 여전히 엉성했다. 카타르에 슈팅을 4차례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90분 내내 불안했다. 이근호의 선제골 이후 3분 만에 칼판 이브라힘에게 허용한 동점골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에 너무 많은 공간을 내줬고, 결국 중거리 슈팅을 얻어맞고 말았다. 대표팀은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연속 실점했다. 총 실점은 11점에 달한다. 고질적인 수비라인을 정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가슴 졸이는 경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태극전사들의 악착같은 투지도 아쉬웠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은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절박감이 묻어나지 않았다”며 “전 국민이 승리의 염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남은 경기에선 더 치열하게 뛰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3승1무1패(승점 10)가 된 한국은 한 경기를 더 치른 우즈베키스탄(3승2무1패·승점 11)에 이어 A조 2위에 올라 있다. A조와 B조 각 1,2위는 본선에 직행한다. 3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6월 4일 레바논(원정), 11일 우즈베키스탄, 18일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이 A조 최하위 레바논을 잡으면 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단숨에 선두로 뛰어오르게 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