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배임죄 완화 상법 개정 추진

입력 2013-03-27 18:47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적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이 추진된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기업인의 판단을 배임죄 요건에 포함시켜 처벌하는 것은 형벌 과잉이며 기업인의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등 10명은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이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최근 제출했다.

특히 개정안에는 이사가 경영적인 판단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을 경우 손해에 따른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상법 제282조(이사의 선임, 회사와의 관계 및 사외이사) 2항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상당한 주의를 다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선의로 믿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를 삽입했다.

개정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이러한 ‘경영판단의 원칙’이 독일 주식법 제93조에 성문화됐고 미국도 판례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제안 이유로 들었다. 이 원칙을 상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해 기업인들이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학계와 재계는 독일 사례를 많이 거론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경제법학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적법 절차에 따른 경영판단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독일 등과 비교해도 한국의 배임죄 성립요건이 가장 광범위해 쉽게 배임죄로 기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은 1851년 세계 최초로 배임죄를 형법에 규정한 국가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배임죄와 관련된 형사처벌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본보 1월 21일자 보도).

독일에서 경영행위 관련 배임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사실상 사라진 것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신설한 2005년 주식법 개정이 계기가 됐다. 주식법 제93조에 삽입된 ‘경영판단의 원칙’은 회사 업무에 관한 경영진의 결정이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임이 인정될 때는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경영실패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기업가 정신이 크게 위축되고 기업과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불이익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해 이 같은 조항을 만든 것이다.

재계는 이번 법 개정 움직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행위가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결정을 미루거나 소극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았다”면서 “상법이 개정된다면 기업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