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직은 커졌지만 실무인력 줄어… ‘검증 일손’ 부족
입력 2013-03-27 18:23 수정 2013-03-27 22:17
청와대가 ‘작은 청와대’ 방침에 스스로 발목이 잡히며 휘청거리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낙마 등 최근 잇따른 인사 참사도 장관급 경호실장직을 신설하며 조직은 커졌지만 인력은 줄인 청와대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인사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책임자는 김동극 선임행정관이다. 당초 비서관급으로 내정됐지만 슬그머니 격하됐다. 직급의 한계상 김 선임행정관을 돕는 직원 숫자는 1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2급 직급인 선임행정관이 장관급 허태열 비서실장과 차관급 수석비서관들을 ‘모시면서’ 인사 업무까지 챙겨야 되는 시스템인 셈이다. 민정수석실 소속 검증담당 직원 숫자도 정권 초반인 점을 감안해 현재(공직기강비서관실 8명, 민정비서관실 17명 안팎)보다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대 정부 청와대에서는 수석비서관이나 최소한 비서관급이 인사담당자였고 실무진 숫자도 더 많았다.
인력 난맥상은 인사위뿐만 아니라 청와대 조직 전반에 ‘지뢰밭’을 만드는 형국이다. 각 비서관실마다 행정관 인력이 적어 일손 부족을 호소한다. 지난 정부와 비교해 국가안보실, 미래전략수석실 등이 신설됐지만 그만큼 직원 수가 증원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피로는 누적되면서 정책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감지된다. 하지만 ‘작은 청와대’를 지향하는 국정기획수석실에서는 인력 충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27일에도 여야를 불문하고 청와대의 인사 참사를 질타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국민 앞에 사과하고 청와대 인사시스템과 인사라인을 확 바꾸기를 당부한다”고 요구했다. 문 위원장은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괜한 고집 부릴 때가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인재풀이 너무 좁다. 필요하다면 야당에서도 인재를 추천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민정팀에 역량이 안 되는 분을 앉혀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바꿔야 한다”며 민정수석 교체론을 적극 주장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및 대선캠프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인사위원장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사과가 아니라 그만두는 것”이라며 허 비서실장 문책론까지 제기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