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착수, 물갈이 수순?… ‘MB 낙하산’ 살생부 뜨나

입력 2013-03-27 18:22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착수했다. 연례행사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에 맞춰 청와대도 사실상 ‘MB 낙하산 인사’ 교체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27일 111개 공공기관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 100명, 상임감사 58명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기 평가지만 기관장 교체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D나 E등급을 받으면 기재부는 대통령에게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기관장 평가 대상도 100곳으로 지난해 70곳보다 크게 증가했다. 기재부는 올해 처음 대학교수, 회계사 등 159명으로 대규모 평가단을 구성했다. 공공기관 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명단도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경영평가단은 5월 중순까지 현장조사 등을 통해 18개 지표를 정밀 평가하고 5월 중순 결과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장 교체가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맨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주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임 전 자진사표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추진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 13일 국토교통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이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대폭 물갈이를 시사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청와대도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 등 임원진 인사와 관련, 현황 파악에 돌입했다. 또 일부 기관에 대해선 인사위원회가 적임자를 물색해 민정라인을 통해 검증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각 수석실에서 해당 공기업 기관장이나 감사에 대해 누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전문성을 인사원칙으로 정한 만큼 현재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가 전문성이 있는지 낙하산 인사는 아닌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 참모는 김 수자원공사 사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 “새 정부에서 추구하는 국정운영 방향에 맞게 주요 공공기관에서 새로운 지도부들이 구성되는 기류가 확산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신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