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A’ 등급 국채 규모… 금융위기 이후 60% ‘폭삭’

입력 2013-03-27 18:3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신용등급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반면 중남미 국가들의 등급 상승이 이뤄지면서 국가별 국채 규모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치·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신용등급(트리플A)을 받은 전 세계 국채 규모가 2007년 초 10조9000조 달러에서 현재 4조 달러로 5년여 동안 60%가량 감소했다고 27일 보도했다.

트리플A 국채 규모의 대폭 감소는 일차적으로 2011년 8월 미국을 시작으로 프랑스와 영국까지 최고 등급의 지위를 뺏긴 데 따른 것이다. ‘선진국 하락, 신흥국 상승’이라는 국가 신용등급의 반전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국채 투자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실제 2007년 이후 재정위기가 강타한 그리스를 비롯해 남유럽 국가들의 등급이 줄줄이 떨어졌지만 우루과이와 볼리비아, 브라질 등 중남미 신흥국들의 신용등급은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2007년 초 대비 현재까지 지역별 국채 시장 규모는 중남미가 2.2%, 아시아 신흥공업국이 1.1%로 가장 큰 상승률을 보인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3.1%, 별도의 유럽 선진국이 -2.3%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FT는 “투자자들이 그동안 신흥국 국채를 고수익과 고위험이 상존하는 시장으로 평가했지만 이제는 고수익에 비교적 덜 위험한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트 우스터벨트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담당 대표는 “그리스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선진국이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가설을 이제는 떠나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라일리 피치 국가신용등급 담당 대표도 “5년 전만 해도 세계는 꽤 예측가능한 곳이었고, 금융위기는 전형적으로 신흥시장에서 발생하던 일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이런 가설이 사라진 세계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시장에 대한 평가가 이전보다는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국가등급이 더블A나 트리플A 등으로 상향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피치의 라일리 대표는 “우리의 국가등급 평가 기준은 경제의 역동성이나 성장률보다는 경제 규모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준이 유지된다면 새로운 트리플A 국가의 탄생은 트리플A에서 탈락한 국가들이 귀환하는 경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