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수당 바우처 NO” 엄마들 뿔났다

입력 2013-03-27 18:14


지난 25일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양육수당이 처음 지급됐다. 나이에 따라 월 10만∼20만원씩 현금이 통장에 입금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 바우처(서비스 이용권) 형태로 바꾸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엄마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육수당, 계속 현금으로 달라”는 것이다.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 최근 5살 아들을 둔 엄마가 ‘양육수당 현금지급 유지해 주세요’란 글을 올렸다. 그는 “시골구석에는 신용카드 못 쓰는 곳도 수두룩한데 바우처라뇨? 이제 좀 혜택을 받나 했더니 시작부터 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글은 27일 현재 1만명 이상 서명하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회원이 190만명인 인터넷 육아카페 ‘맘스홀릭’에도 바우처 반대 글이 쇄도하고 있다. “기저귀 등 육아용품은 인터넷 구매가 훨씬 싼데 바우처는 제휴업체에서만 쓸 수 있어 비싸게 사야 한다” “바우처는 신용카드 형태여서 카드사만 배불리고 엉뚱하게 예산이 낭비된다” 등이 주요 반대논리다.

주부 정은희(32)씨는 “생활비로 쓸까봐 바우처로 준다는 게 과연 취지에 맞는 거냐”며 “육아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감정 섞인 반발도 나온다. ‘육아의 달인’이란 별칭을 쓴 주부 네티즌은 아고라에 ‘국회의원 월급도 바우처로 주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이런 반발은 진영 복지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이 단초가 됐다. 진 장관은 청문회에서 “양육수당 전용을 막기 위해 바우처 방식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주최한 ‘박근혜 정부 여성가족분야 국정과제 실천방안 토론회’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왔다.

엄마들의 ‘현금 선호’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어린이집에 보내야 무상보육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지난 1월과 집에서 키워도 현금을 주기 시작한 이달 0세와 1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각각 6.2%포인트와 11.1%포인트 하락했다. 아무래도 스스로 용처를 조절할 수 있는 현금이 엄마들에게 더 매력적인 것이다.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김태현 교수는 “양육수당은 양육에 쓰라는 돈인데 현금은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일부 부모들이 사교육이나 생활비로 쓸 수 있어 이를 막자는 게 바우처 논의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현금 지급할 때의 부작용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는데 신중치 못하게 시행해 시작부터 정책을 바꾸려 하는 상황이 됐다”며 “현재 바우처로 지급되는 복지기금이 너무 많아 좀 더 원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