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 VS “헌법에 임기 보장”… 감사원장 교체 싸고 靑-감사원 신경전
입력 2013-03-27 18:08 수정 2013-03-27 22:03
청와대가 양건 감사원장 때문에 고심에 빠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교체 방침을 굳혔지만 양 원장이 임기 만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어서다.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라인과 감사원 내 양 원장 측근들 사이에선 치열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밀어내려는’ 청와대가 압박을 가하는데도 ‘버티는’ 양 원장 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27일 두 기관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를 찾아 곽상도 민정수석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양 원장의 유임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아무리 감사원이라도 행정부에 속한다. 대통령이 교체를 원하는데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장은 헌법에 4년 임기가 보장된 자리로, 본인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해임할 수 없다.
청와대의 감사원장 교체 방침은 양 원장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어울리지 않고,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감사원을 운영해 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대선 이후 발표된 4대강 사업 감사는 양 원장이 얼마나 정치적인 사람인지 잘 보여준 사례”라면서 “자신을 임명해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눠 차기 정부에서 임기를 보장받으려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양 원장을 교체하지 않으면 6월 초부터 시작되는 정부부처 정기 감사도 정무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많다”고 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감사원장 교체는 당연한 일 아니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중간급 간부와 직원들은 평소부터 양 원장의 운영 스타일에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원장이 교체될 경우 자기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소수 고위 간부들은 “청와대가 거듭된 ‘인사 참사’로 힘이 빠졌는데 무조건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버틸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양 원장은 지난 22일 감사원에서 열린 정부부처 감사관계관회의에서 “고위직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로 이완된 공직기강을 다잡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청와대는 양 원장 거취 문제가 제2의 ‘전윤철 전 원장 케이스’가 될까봐 난감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전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이상 버티다 사표를 내 청와대 압박에 시달려 자리를 내놨다는 논란이 일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