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하경제 선전포고… 대기업 전방위 압박 비자금까지 사정권
입력 2013-03-27 18:07 수정 2013-03-27 22:02
박근혜 정부가 전방위로 대기업을 압박하고 나섰다. 불공정행위, 변칙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물론 민감 분야인 비자금까지 사정권에 둬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하경제 양성화의 ‘최우선 표적’으로 대기업·대재산가를 지목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기업의 경영·영업 전반에 걸쳐 위법·탈법을 찾아내 엄격하게 처벌하겠다고 칼을 빼든 것이다.
김 청장은 27일 서울 수송동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당면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는 공정과세를 구현하고 조세정의를 확립하는 지름길”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의 대상을 대기업·대재산가의 불공정행위와 변칙거래, 고소득 자영업자의 차명계좌·현금거래 등을 이용한 탈세, 가짜석유·자료상 등 세법 질서 훼손행위, 지능적인 역외탈세 행위 등으로 못 박았다.
국세청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과 관련해 구체적 대상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가짜석유, 역외탈세, 차명계좌, 현금거래 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대기업·대재산가의 불공정행위나 변칙거래를 공개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다.
이어 김 청장은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방소재 기업 등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세무조사 완화, 탄력적 체납처분 등 세정지원 노력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 서민층과 중소기업의 불안감 확산을 차단하는 동시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도 서울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 발대식을 갖고 집중단속을 예고했다. 특히 다국적기업과 거래를 통한 조세회피, 불법 외환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주로 대기업, 거액재산가가 과녁인 셈이다.
윤 장관은 지난 2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어 다시 ‘납품가 후려치기’ 관행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186회 경총포럼 강연에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와 주요 해운사가 지난달 맺은 유연탄 수송 장기용선 계약 이야기를 꺼내며 “(계약서) 서명이 끝나고 나니 선사가 (가격) 후려치기를 시작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를 두 가지 효과를 노린 ‘노림수’로 본다. 정부 관계자는 “지하경제를 엄격하게 처벌해 세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이나 대규모 투자에 인색한 대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