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황당한 실수… 전자발찌 10년 채워야 할 성폭력범 5년으로 줄여

입력 2013-03-27 17:57

1심 재판부의 잘못된 법률 적용으로 성폭력 범죄자가 법률이 정한 것보다 낮은 처벌을 받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바로잡으려 했지만 피고인만 항소한 탓에 원심의 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20대 여성을 화장실에서 폭행하고 강간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대표 권투선수 박모(22)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기절시킨 후 성폭행을 시도하고, 깨어나자 다시 폭행해 기절시키는 행위를 반복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전자발찌 부착명령에 실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5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는데, 성폭력 범죄는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10년 이상 30년 이하가 돼야 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바로잡을 수 없었다. 피고인이 항소하거나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은 원심 형량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 때문이다. 결국 1심 재판부의 실수와 항소하지 않은 검찰의 부주의가 겹쳐 박씨는 전자발찌 착용기간을 최소 5년 이상 줄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만 항소할 경우 검찰도 자동 항소토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사실상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을 없애자는 말과 같다”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