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복시 신드롬’… 연예인 몸매 관리 비법으로 알려지자 일반인 몰려

입력 2013-03-27 17:57


피하지방층에 탄소가스를 주입해 지방을 분해하는 ‘카복시’ 시술이 연예인 몸매 관리 비법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향정신성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 상습 투약혐의로 기소된 유명 연예인들이 재판에서 “카복시 시술을 위해 맞았다”고 진술하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일부 비만클리닉은 치솟는 인기에 ‘카복시 무제한’ 패키지까지 내놓고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6일 찾은 서울 신촌의 한 체형관리 클리닉은 복도부터 20대 젊은 여성으로 붐볐다. 대부분 카복시 등 비만 시술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이었다. 카복시 시술은 짧은 시간 내에 시술이 이뤄지고, 가격도 8회 기준 약 2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탓에 찾는 이들이 많다. 이 클리닉 관계자는 “연예인 주사라고 알려지면서 지난주부터 문의가 크게 늘어 사전 예약을 해야만 상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담 데스크쪽에선 체지방 검사를 위해 대학생 김모(22·여)씨가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김씨는 키 165㎝에 체중은 52㎏로 다소 마른 체형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체중을 재고 난 뒤 자연스럽게 카복시 시술을 받았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 클리닉을 방문했다는 김씨는 “평소에 S라인으로 불리던 연예인들의 몸매 관리비법이 카복시 시술이었다고 해서 바로 등록했다”며 “남들은 나보고 말랐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뚱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뻐지기 위한 욕망은 끝이 없고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2번째 카복시 시술을 받았고, 시술 부위인 허벅지에 멍 자국이 생겨 신고 있던 살색스타킹을 벗고 검은색스타킹으로 갈아 신었다.

문제는 비만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연예인이 한다고 해서 신체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따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리닉에서 만난 여성 10여명은 정상체중이거나 오히려 저체중에 가까울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 그러나 시술 클리닉들은 저마다 체형에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부위의 살을 쉽게 뺄 수 있다며 여성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심지어 일정 금액을 내면 만족할 때까지 시술을 받을 수 있게 한 ‘카복시 무제한’ 패키지를 내놓은 곳도 있었다.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27일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이 예뻐지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시술을 통해 체중을 더 감량하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특히 신체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크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