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무원 ‘양심점수’ 43점

입력 2013-03-27 17:57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2동 체력단련실. 한 공무원이 주위를 살핀 뒤 비치된 수건과 운동복을 집어 들고 쏜살같이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 공무원이 서둘러 떠난 자리에는 수건과 운동복 요금 1000원을 넣는 자율요금함이 놓여 있었다.

요금함에는 ‘체력단련실 이용객 중 운동복 대여 요금을 지불하는 공무원은 43%입니다. 최소의 비용을 양심껏 자율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에서 비양심적인 공무원이 너무 많습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체력단련실을 이용하는 공무원 중 떳떳하게 요금을 내는 비율이 2명 중 채 1명이 안 되는 것이다.

안내문은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무원이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청사관리소는 과천청사 시절 수건과 운동복 대여 티켓을 판매했지만 세종청사에서는 판매기를 설치하는 대신 자율납부 형태로 바꿨다. 체력단련장이 2·4·5·6동에 걸쳐 4곳으로 늘어 관리가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달 4곳을 운영하면서 세탁비 280만원이 들었지만 자발적으로 낸 금액은 절반인 14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종청사관리소 관계자는 “날이 풀리고 입주 공무원이 증가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한정된 예산으로 세탁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