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험한 도박 ‘우향우 교육정책’… 교과서 검정 파문 확산

입력 2013-03-27 17:45

일본 교과서 검정 파문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우경화 교육 정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의 극우편향이나 정권의 무리한 ‘경제 재생’보다도 일본의 우경화 ‘교육 재생’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도된 가치관을 일본 학생들의 머릿속에 심어주기 위한 일련의 행보는 한편으론 예견된 수순이었다. 일본 총리 직속 ‘교육재생 실행회의’의 면면을 살펴봐도 현실이 된 우려의 이유가 보다 분명해진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지난 1월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을 비롯해 교육문제 전반을 총괄할 교육재생 실행회의를 출범시키면서 극우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 특히 실행회의 위원에 임명된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다카사키경제대 교수는 개헌에 발 벗고 나선 극우 법학자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장 출신이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교육계 참모로 꼽히는 그의 발탁에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아베는 그 밖에도 고노 다쓰노부 전일본교직원연맹 회장과 사사키 요시카즈 입시학원연합 대표, 소노 아야코 전 일본재단 회장 등 우익 인사들을 학제 개혁과 교과서에 손댈 수 있는 실행회의 위원단에 앉혔다.

이런 교육 행정의 우경화는 일본인들의 교육정서에도 보수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토요일에 수업을 하는 ‘주6일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었고, 교육 격차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게 나타났다.

야마다 데쓰야준 히토쓰바시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를 “탈(脫) 여유 교육의 흐름”이라고 지적하며, 학력중심의 사회로 회귀하려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10조엔(117조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추진 중인 ‘글로벌 인재 육성법’도 이런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경쟁보다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해 온 ‘유토리(ゆとり·여유)’ 교육을 폐기하고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 세계 수준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으로 획일적인 산업인력 양성 방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크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