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호” 사표던진 이탈리아 외무장관
입력 2013-03-27 17:46 수정 2013-03-27 18:34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살해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자국 해병대원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인도에 송환하자 항의표시로 사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줄리오 테르치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해병 2명을 인도로 돌려보내기로 한 정부 결정에 항의해 사임한다”며 “나는 2명의 해병대원 및 그들의 가족과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22일 이탈리아에 머물던 마시밀리아노 라토레와 살바토레 지로네 등 2명의 해병대원을 스테판 데 미스투라 외무부 차관의 인솔 아래 군용기편으로 인도로 송환했다.
외무장관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사임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해 2월 인도 켈랄라주 남부 코치항 근해에서 이탈리아 선적 유조선에 승선한 해병대원이 주위를 지나던 참치잡이 어선을 해적선으로 오인하고 사격해 어부 2명이 숨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사고 선박의 국적이 이탈리아인 데다 사고 발생 지역도 공해라 자국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는 자국 영해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자국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들을 구금했다.
재판관할권을 놓고 양국이 대립하면서 구금이 길어지자 다니엘레 만치니 인도 주재 이탈리아 대사는 사건 발생 1주년을 맞아 이들이 총선에도 참여하고 부활절을 지낸 뒤 인도로 돌아오겠다는 서면약속을 인도 대법원에 하고 지난달 이들을 귀국시켰다.
하지만 마음이 바뀐 이탈리아 정부는 이들이 인도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인권을 침해받는다며 해병대원을 돌려보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 분노한 인도 대법원은 만치니 대사가 해병대원의 귀국을 약속한 사람이라며 출국을 금지하고 외교 면책특권도 인정할 수 없다며 인도 내 체류를 명령했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사형선고를 하지 않겠다는 서면약속을 받은 뒤 이들을 돌려보냈다.
마리오 몬티 총리는 40년간 외무관료로 일한 테르치 장관 사임소식에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그의 사임 결정에 매우 놀랐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