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신율] 박근혜 정부 1개월의 명암
입력 2013-03-27 17:39
“인사를 비롯한 모든 부문이 투명해져야 국민 행복 시대를 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이끈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북한의 위협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면 이번 북한의 위협이 막 탄생한 박근혜 정권에게 위험요소로 등장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이 믿고 따를 굳건한 안보의지를 보여줬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져 그들의 위협이 우리 사회를 흔들 수 없음을 입증했다.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확고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권 차원에서 상당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 말고도 수확은 또 있다. 바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야당과 줄다리기를 하며 일종의 ‘피해자’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피해자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피해자에게 유난히 동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확은 물론 의도하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박근혜 식 인사 스타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건국 이래 단시간 최다 낙마 기록을 수립한 박근혜 식 인선은 청문회가 지속되는 현재까지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박근혜 식 인선의 문제는 단순한 시스템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인사 시스템 이전에 박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진사퇴했지만 김병관 전 후보자를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이나, 한만수 전 후보자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한 사실만 봐도 그렇다. 무기거래상의 고문을 지낸 인물이나 대형 로펌에서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국방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했다는 사실은 검증 이전에 박근혜 식 ‘적재적소’가 일반인의 사고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력서 보는 행위를 검증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검증 이전에 임명권자의 인식이 문제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위의 참모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참모가 공정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건의해야 하는데 아마 그것도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지금의 인사위원회가 공정한 인사위원회였더라면 지금까지 이런 인사 참사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보면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총장후보 추천위는 최소한 이상한 소문이 있는 사람은 배제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지금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구성됐는지 그리고 구성됐다면 어떤 인적 구성으로 이뤄졌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정부조직법이 통과됨으로써 정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인사위의 본질적인 활동에는 충실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걸 보면 구성은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 구성을 보면 허태열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건 확실한데 청와대 수석들이 모두 위원으로 참여하는지, 사안에 따라 외부 인사도 참여하는지 불분명하다. 이렇게 활동과 인적 구성을 공개하지 않으면 검증이라도 제대로 해야 괜찮은데 지금까지 인사 하는 걸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분명한 건 이 위원회 위원들은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을 살펴 대통령의 뜻을 ‘합리화’시키는 역할만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국민 행복의 시작은 예측 가능한 사회, 그리고 예측 가능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사를 비롯한 모든 부문이 투명해져야 한다. 투명해야 사고도 덜 나고 투명해야 국민 각자가 자신의 미래 계획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과 사고가 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