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양감시선, 베트남 어선에 발포… 베트남 “주권 침해” 반발
입력 2013-03-26 22:36
중국 해양감시선이 최근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조업하는 베트남 어선을 발포했다고 베트남통신(VNA)이 26일 보도했다. 동남아 국가들과 해양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해온 미국이 전력을 축소하는 사이 남중국해 역내 긴장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미국은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sequester) 여파로 잇따라 군함 배치를 취소하고 있다.
중국 해양감시선은 지난 20일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부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베트남 어선에 총격을 가했다. 해양감시선 두 척이 먼저 어선을 쫓다가 추가 투입된 해군 소속 완닝(萬寧)정이 경고 사격에 이어 신호탄을 발사했다고 VNA는 전했다. 신호탄이 베트남 어선 선실 위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불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베트남 외교부는 25일 하노이 주재 중국 대사관에 외교문서를 전달하고 공식 항의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이 해상분쟁 해결 방향을 제시한 국제법 원칙과 협정을 심각하게 파기했다고 밝혔다. 르엉 타잉 응히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베트남 주권을 침해하고 선원들의 생명을 위협한 극히 심각한 사건”이라며 “중국은 피해 선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시사군도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베트남 어선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이 철저한 조처를 벌여 어민의 교육, 관리를 강화하고 불법 조업을 막아야 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러나 어떤 중국 선박이 베트남 어선에 총격을 가했는지 구체적 정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1974년 당시 남베트남 병력이 주둔하던 파라셀 군도의 일부 섬을 장악하고 지속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최근 몇 년간은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등 분쟁도서 해역에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 외교 공방을 벌이는 사이 미국 국방부는 다음 달로 예정된 군함 USS 제퍼슨시티와 USS 렌츠의 배치를 취소한다고 25일 밝혔다. 시퀘스터에 대비해 군함 배치를 취소한 것이다. 이달 초에는 핵 항공모함 해리트루먼호의 걸프만 파견 계획도 취소됐다. 그러나 최근 남중국해에서 총격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미국의 군함 배치 축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유리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