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외원조 선진화하라는 국제사회 권고

입력 2013-03-26 21:09

규모 늘리고 개도국 실정 감안한 통합적 지원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가 최근 내놓은 우리나라 대외원조에 대한 평가보고서는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DAC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원조국의 지위에 올랐지만, 원조 규모나 질적 측면에서 개선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DAC는 지난 1월 30일 발표한 ‘동료 검토 보고서’에서 한국이 원조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무상 및 유상원조 간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특히 유상원조 때 고채무 빈곤국의 경제·재정 상황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2011년 기준 13억2500만 달러로 2006년의 4억5500만 달러에 비해 3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여전히 0.12%에 머물고 있다. 이는 DAC 회원국 평균인 0.31%에 크게 못 미치며, 23개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를 제외하고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2005년 ‘국제개발협력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고 2015년까지 ODA 비율을 0.2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11년 0.13%라는 중간목표 달성에도 실패했다.

원조의 질에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무상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58.3%(2011년 5억7900만 달러)로 DAC 평균인 87.4%보다 크게 낮다. 더욱이 무상원조 비율은 2007년 73.1%로 올라갔다가 이후 2008년 68.4%, 2009년 63.2%, 2010년 63.7%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정부 부처 사이에서 무상원조가 가져올 개도국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무상원조를 무턱대고 확대하는 데 논란이 있긴 하지만 2015년까지 무상원조와 유상원조 비율을 60대 40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는 지켜져야 한다. 원조를 제공하면서 물자 및 서비스 조달처를 원조공여국으로 제한하지 않는 비구속성 원조 비율도 51%에 머무르고 있어 2015년까지 75%로 높이겠다는 목표 달성이 난망인 상황이다.

채무가 많은 빈곤국에 유상원조를 할 때 해당국의 경제상황과 재정상황 등을 신중히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 가능토록 하라는 DAC의 권고는 낯 뜨겁다. 비록 다른 원조국에도 권고되는 사항이긴 하지만 원조를 하면서 지구촌 빈곤해소라는 국제사회의 대의보다 우리 이익을 우선한 경우는 없는지 돌이켜 볼 대목이다. DAC가 원조의 일관성과 통합성을 강조한 것은 특히 새겨들을 부분이다. 현재 30여개 정부부처, 기관들이 ODA 활동에 참여하면서 중복 투자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조사업의 현지 평가와 피드백 기능을 강화하고 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율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127억 달러의 원조를 받아 경제개발의 동력으로 삼았다. 따라서 빚을 갚는다는 정신으로 빈곤국에 대한 원조를 확대하고 원조 방식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DAC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갖고 있는 빈곤국 탈출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