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V 드라마 간접광고 너무 노골적이다

입력 2013-03-26 21:06

2009년 9월 방송법 개정으로 간접광고가 합법화된 이후 매출증가에 비례해 방송의 상업화로 인한 프로그램 질 저하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극중에서 남녀 주인공이 노골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치켜세우는 상식 이하의 장면도 여과 없이 방영됐다. 규정을 위반해도 징계수위가 낮은데다 세세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간접광고의 가장 큰 폐해는 드라마의 품격 저하로 볼 수 있다. 수년 전 한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한 유명 탤런트가 과도한 간접광고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이유로 중도하차 소동을 벌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정 협찬사 홍보를 위해 쓸데없는 대사와 장면을 반복하고 협찬물품을 공공연히 노출하다보니 드라마 제작비는 다소 줄어들지 몰라도 작품 질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사실 시청자 주권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간접광고가 허용될 때만 하더라도 방송의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질 높은 드라마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더욱 노골적인 간접광고의 성행은 시청자를 무시한다는 비판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골프브랜드는 지상파 3사의 모든 드라마에 자사 상품을 노출시켜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들었다.

문제는 이 같은 간접 광고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두 배의 불이익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짜증스럽게 드라마를 보는 것에 더해 사실상 지불하지도 않아도 될 간접광고비가 포함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간접 광고가 공식화된 이후 특정 업체의 로고와 광고를 보도록 강요당하는 혼란에 빠졌다는 말이다.

브랜드명이나 협찬 업체의 이미지 등을 노출시켜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무의식중에 해당 업체의 제품에 호의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간접 광고는 적절하게 규제되기만 하면 현실감과 브랜드의 실제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이 허술해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간접광고의 최고 징계라 할 수 있는 과징금은 지상파방송에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징계가 약한 것도 부작용을 부채질했다.

방송정책의 방향이 공익성과 시청자 권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따라서 관계 당국은 간접광고 허용범위 및 내용규제와 관련한 세부기준을 제대로 마련하고, 가상광고나 간접광고 상품이름을 프로그램 시작 전 자막으로 표기하는 등 시청자를 위한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고쳤으면 한다.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이 간접광고의 홍수에 내몰려 기업의 봉 노릇을 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