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MVP 또 MVP… 시련이 키운 바스켓여왕

입력 2013-03-26 18:46

26일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임영희(33). 그는 챔피언결정전 MVP에 이어 정규리그 MVP까지 휩쓸었다.

임영희는 결혼 1년 차 주부선수다. 뒷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코트에 나서는 그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단 한 차례도 챔프전 문턱에 서 본적이 없었다.

1999년 신세계 쿨캣(현 하나외환)에서 데뷔했지만 10년을 뛰면서 단 한번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더 이상 팀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주전으로 뛰어보지 못하고 물러난다는 생각에 설움이 복받쳤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신세계에서 자유계약선수로 나올 당시 다른 팀에 지명되지 않으면 은퇴하려고 했다. 미래가 없는 코트에 설 자신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우리은행의 유니폼이 다가왔다.

“왜 겁먹는 거야. 절대로 물러서지 말란 말이야.”

위성우 감독은 팀의 최고참인 임영희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면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특명을 내렸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5.4점, 5.2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도 15.7점, 6.7리바운드의 성적을 내 우리은행의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

임영희는 이날 기자단 MVP 투표 결과 총 96표 가운데 90표를 얻어 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늦게 성공한 만큼 후배 선수들에게 ‘언니처럼 잘 참고 하면 나중에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지도자상을 받았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베스트5에는 최윤아(신한은행) 박혜진(우리은행) 변연하(KB스타즈) 임영희(우리은행) 신정자(KDB생명) 등이 뽑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