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주도 세계은행 대항 브릭스 개발은행 만든다

입력 2013-03-26 18:42 수정 2013-03-27 01:00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한자리에 모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들이 브릭스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사실상 서구가 주도하는 세계은행에 맞설 대항마다. 이 안은 27일 열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틀간 열리는 제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성장 둔화 극복과 브릭스개발은행 설립 등 미국의 경제 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높은 성장률로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과거와 달리 브릭스는 최근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브릭스보다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경제와 다른 신흥국 쪽으로 쏠려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어떤 어젠다를 꺼내들지도 주목거리다.

릐브릭스판 국제은행 설립, 경제 패권 도전=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브릭스개발은행 설립, 브릭스 외환준비 풀(Pool) 마련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자본금 500억 달러로 출발하는 브릭스개발은행은 회원국들이 각자 역량으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류구이진 전 남아공 주재 중국대사는 “이 은행이 출범하면 현재의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 외환준비 풀’은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회원국들이 금융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일종의 ‘방화벽’ 역할을 하게 된다. 브라질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회원국은 모두 외환보유고가 세계 10위 이내에 들어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브릭스 싱크탱크 컨소시엄, 브릭스기업인위원회 설립도 논의된다.

신화통신은 이번 회의에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참석, 이집트의 브릭스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릐성장 둔화 고민에 빠진 브릭스=파이낼션타임스(FT)는 최근 예전만 못한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 상황을 전했다. 브릭스 중 세계경제 침체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나라는 브라질이다. 2010년 7.5%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0.9%로 추락했다. 올해도 3%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 부국인 브리질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자본 유입 규제 정책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26일 브라질 중앙은행은 중국 인민은행과 600억 헤알(약 33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지난해 성장률이 과거 13년 동안 최저치인 7.8%로 떨어지는 등 그동안의 고성장 국면에서 이탈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유럽 국가 중 최고였지만 올 들어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월간 성장률은 1월 1.6%에서 2월 0.1%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보다는 성장으로 초점이 옮아가고 있다. 인도는 다양한 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