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인사 검증 논란] 朴 인선 결정에 절대 “NO” 못해… ‘검증 자료’ 거르는 靑 라인 있나
입력 2013-03-26 18:34 수정 2013-03-26 22:25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 참사’가 반복되면서 청와대 내부에 침묵의 ‘문 지킴이(게이트키핑·Gatekeeping) 카르텔’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번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를 결정하면 핵심 참모들이 ‘문지기’처럼 지키다가 이 결정에 반하는 검증 자료는 모두 걸러낸다는 것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나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의혹들을 민정라인은 (언론에) 터지기 전까지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을 민정수석실이 어떻게 다 파악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등 대한민국 최고의 사정 정보를 아우르는 민정수석실이 고위 공직 후보자의 중대한 결격사유를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전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고유 업무가 바로 고위 공직자 본인들이 숨기는 각종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는 일”이라며 “뭐든 철저하게 들여다보는 곽상도 민정수석의 업무 스타일상 김 전 차관이나 한 전 후보자 문제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 민정라인이 김 전 차관의 성추문 의혹과 한 전 후보자의 수십억원대 외국펀드 투자 의혹을 사전 인지했음에도 그대로 인사가 진행된 것은 박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핵심 실세들이 부정적인 검증 자료를 제대로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미 청와대 안팎에서는 인사검증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을 중심으로 하는 내부 라인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여러 번 나왔었다.
청와대 사정에 능통한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워낙 위(박 대통령과 측근 그룹)에서 찍어 누르니 누가 바른말을 하겠느냐”면서 “곽 수석도 여러 경로로 의혹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미 인사가 결정됐다는 이유로 의혹 관련 자료들이 대통령한테 안 올라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 설치된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인사 참사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스타일을 잘 아는 측근들이라 결정된 인선안에 대해 절대 ‘노(No)’라 말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안에 따라 청와대 내부 인사로만 구성되는 위원회의 위상 자체가 외부 정보나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위원회 설치 의미를 설명하면서 “앞으로 대통령의 인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공정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팀장에게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한 인사자료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겨 ‘작지만 강한’ 인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인사위 구성상 인사팀장의 역할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