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45세부터 지갑 닫는다

입력 2013-03-26 18:31

가구주의 연령이 53세에 가까워지면 은퇴 준비 등으로 가계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씀씀이가 줄어드는 시점은 소득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저소득층의 지갑은 고소득층보다 약 8년 먼저 닫히기 시작했다.

26일 한국은행의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구주의 연령이 높을수록 가계소비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특정 연령을 넘어서면 오히려 소비가 축소됐다. 가계소비가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변하게 되는 가구주의 연령은 전체 가구에서 52.8세로 조사됐다. 가구주가 53세쯤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가계가 긴축 재정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구주 연령의 ‘전환점’은 고소득층(소득 상위 30%)에선 52.8세, 중소득층에선 52.2세로 전체 가구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에서는 44.7세로, 고소득층보다 8.1년이나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훨씬 이른 시점부터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의 연소득은 가구주 연령이 30대인 가구에서 93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40대(930만원), 50대(863만원), 60세 이상(699만원) 순으로 급락했다.

2∼4분위가 40대에, 5분위(상위 20%)가 50대에 가장 많은 소득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10∼20년 정도 일찍 소득 감소를 겪은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예상 소득이 불확실한 저소득층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소비를 줄이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