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3주기] 우리군 ‘원점타격’ 경고에 맞불… 상투적 위협 연장선
입력 2013-03-26 18:28 수정 2013-03-26 22:19
북한이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에 최고 수준의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1호 전투근무태세는 군이 화기에 실탄과 탄약을 장착하고 완전군장을 꾸린 뒤 진지에 투입되는 단계다. 정부와 군 당국자들은 1호 전투근무태세가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생소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최고의 전투태세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북한이 1호 전투근무태세를 선언한 것은 최근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등 다각적인 압박에 대한 반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에서 “그 무슨 원점 타격과 지원세력, 지휘세력에 대한 응징의 기회라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망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25일 동해에서 인민군 제324대연합부대와 제287대연합부대, 해군 제597연합부대의 상륙 및 반상륙 훈련을 실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제1위원장은 “인민군의 본때를 보여주어 원수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바닷속에 처넣으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강경 발언은 또 성역화된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남한 당국자들이 미사일로 정밀타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맞불 성격도 띠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괴뢰군부 깡패들이 평양을 비롯한 공화국의 대도시들에 정중히 모신 우리의 최고 존엄의 상징인 수령 영생, 수령칭송의 기념비들을 미싸일로 정밀 타격할 계획을 짜놓았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온갖 악의 본거지인 청와대를 비롯한 대결모략의 소굴들을 흔적도 없이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했더라도 곧바로 대남 도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위협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군이 미사일·장사정포 부대에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한 것과 달리 전방부대의 경계태세는 오히려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은 한·미 독수리연습에 앞서 전방부대에 특별경계근무태세를 하달했지만 25일부로 경계태세를 다시 평시 수준으로 낮췄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국방부는 “현재 북한군의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면서 “군은 적의 도발 시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다만 만약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성명을 통해 미국 본토와 괌, 남한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타격 범위를 지칭한 것을 감안,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을 주시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